
[경인일보=이종태기자] 파주시가 대한민국 지방자치행정의 새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스피드 행정', '시민주의 행정'을 통해서다. 일개 기초자치단체에 불과한 파주시의 정책이 광역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지방이 중앙을 움직이고 있는 극명한 사례다.
파주시내 도로 곳곳에는 '변화와 경쟁'이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끊임없는 행정혁신을 추구한다는 파주시 의지의 표상이다. 파주시정의 핵심은 시민주의 행정이다. 관청 편의주의가 아닌 시민 편의주의 입장에서 행정을 펼친다는 것이다. 류화선 시장은 "모든 일을 시민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행정'이 바로 시민주의 행정"이라고 말한다.
■ '클로징(Closing) 10'
시민주의 행정의 일환인 '클로징 10'은 당초 겨울철 부실공사를 없애기 위해 시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를 10월말까지 끝내도록 한 시책이다.
파주시는 이를 위해 전년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를 가상 회계연도로 삼아 모든 공사계획 수립과 계약은 2월 전에 끝낸다. 파주시는 류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06년 이 제도를 도입, 4년째 시행해 오고 있다. 올해는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과 맞물려 특별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조기 집행한답시고 예산을 낭비해서도 안될 일이며,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퍼주기 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의 인건비를 상반기에 몰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정조기집행이야말로 치밀한 준비와 목표 관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파주시는 재정조기집행 대상이 되는 예산액의 89%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했다. 모두 '클로징 10' 시책을 통해서다. '클로징 10'은 사업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빨리해 사업의 조기 착공과 조기 완공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설계가 빨라지고 인·허가가 당겨지니까, 빨리 착공되고 빨리 완공된다. 선급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공사 진행이 빠르니 기성금과 준공금도 빨리 지불할 수 있다.
파주시는 이와함께 철저한 사후관리로 조기 집행을 독려했다. 예산집행에서 피드백(feedback)시스템을 도입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이를 점검하는 이른바 '플랜-두-씨(plan-do-see) 매뉴얼'을 철저하게 따랐다. 예산 조기집행의 대상이 되는 500여개 사업의 리스트를 만들어 과단위, 팀단위로 집행 추진 실태와 문제점을 체크했다.
파주시는 '클로징 10'을 처음 도입한 지난 2006년 이후 2008년까지 3년째 전체 사업의 98%를 10월말 이전에 끝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빨라져 8월말까지 사업의 90%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주시의 '클로징 10'을 벤치마킹하는 지자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3월 '클로징 10'을 모범사례로 선정했으며, 행정안전부 역시 '클로징 10'을 재정 조기집행의 최우수 사례로 선정, 전국 지자체에 전파하고 있다.
이밖에도 파주시엔 전국 최초·최고의 혁신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파주시는 민원인들이 관공서 이곳저곳 여러 부서에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도록 '원콜 서비스'를 도입했다. 민원처리 과정도 신청인은 물론 대리인에게까지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로 안내한다. 나아가 민원인들이 각종 증명서 발급을 위해 관공서를 직접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민원 홈서비스'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또 행안부의 '어디서나 민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신축 건축물 취득신고, 승용차 전자태그 발급 등 80여종의 민원은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신청하고 집에서 받을 수 있게 했다. 최근엔 토지분할, 농지성토 등 개발행위 허가에 대해 전담 직원이 서류 작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도 도입, 대행 비용을 줄이고 처리기간도 3일정도 단축했다.
이같은 파주시의 행정 혁신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최근 5년간 8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통해 받은 상금만 70억원이 넘는다. 파주시는 끊임없는 행정의 진화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 인터뷰 / 류화선 파주시장

류화선 시장은 "예산 집행은 행정을 총망라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번 예산 조기집행 일 등은 파주시가 일등시, 파주시 공무원이 일등 공무원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 사례"라며 "공무원 모두가 더 겸손해지고, 지켜야 할 기본을 더욱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깨진 유리창'과 '시크릿' '꼴뚜기 공무원' 이론을 강조하면서 파주 공무원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을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그는 먼저 "유리창이 깨진 집에는 사람들이 무심하게 돌을 던지게 되고 쓰레기도 더 버리게 된다"면서 "공무원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완벽하게 처리하는 업무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사한 마음으로 절실하고 간절하게 바라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는 것이 시크릿 이론"이라며 "파주는 일찌감치 'YES WE CAN'을 시정 구호로 내세워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시장은 "파주 공무원은 그동안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생각,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이기는 습관'이 아니라 '일등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꼴뚜기 공무원은 무능력하고 게으른 자, 이기적인 보신주의자, 비리와 부정에 연루되는 자 등 하위 10%의 공무원을 지칭하지만 지난 4년간 파주시에서 불명예에 연루된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선의후리, 선공후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일등하는 습관이 굳어진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