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완 (논설위원)
[경인일보=]매년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정한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대한민국이 우울해지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이 1만2천858명, 전체 사망자 중 5.2%로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회원국 중 선두로 지난 2005년 이후 변함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살 시도자가 매년 30만명이 넘는다는 데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로, 숨겨진 진실까지 들춰내면 10~20%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자살의 원인으로 이기적(利己的)·애타적(愛他的)·아노미적(anomie·無規制狀態) 자살이 있다고 했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이 사회에 결합하는 양식(樣式)서 과도한 개인화를 보일 경우, 즉 개인과 사회의 결합력이 약할 때, 애타적 자살은 그 반대로 과도한 집단화를 보일 경우, 즉 사회적 의무감이 지나치게 강할 때의 자살이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정세의 변화라든가 사회환경의 차이 또는 도덕적 통제의 결여(缺如)에 의한 자살이라고 정의했다.

통계로 본 자살동기는 다양하고 복잡하며, 여러 조건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염세·병고·신경쇠약·실연·가정불화가 두드러지며 성별로 남자에게는 신경쇠약과 병고가, 여자는 가정불화와 실연이 많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청소년이 실연과 염세, 노인에서는 병고가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불화는 20~30대에 많다. 장래에 대한 고민, 사업실패, 생활고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되고 있다. 아노미적 자살의 형태가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살의 문제는 개인에 머물지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선 가족의 삶에 직격탄이 된다.

한 가족의 우울증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자살하는 수가 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비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례의 연쇄적 선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근한 예로 친구 곁으로 가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베르테르효과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동기부여를 차단하는 사회적 노력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어느 경우건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탈출구가 있어야 하지만 성장과 효율을 중시, 그 이면에 대한 부작용은 걱정뿐 대책이 미흡하다. 학교성적을 비관하고 왕따로 고민하는 학생, 직장을 찾지 못하거나 잃은 청소년과 가장, 병마와 싸우며 생활고를 견뎌야 하는 노인, 가정불화로 가족에서 멀어지는 청소년, 재개발 및 도시정비로 쫓겨나는 세대 등 많은 동기가 혼재해 있다. 다시 말하면 행복해질 수 없는 요인은 너무 많은데,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너무 적다.

우리 주변은 온통 개발뿐이다. 4대강 정비사업, 세종행정도시, 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이 진행 중이며, 또 다른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적으로는 번성해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다고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것은 아니다. 방글라데시·아제르바이잔·나이지리아의 행복지수가 경제대국인 미국·스위스·독일·캐나다·일본보다 한참을 앞서는 것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물질적 소유와 환경의 조건에 반비례하고 있는 현상에서 깨우침이 있어야 한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국가의 승인 없이 자살하면 장례의 명예를 박탈하고, 도시 변두리에 비석 없이 홀로 매장됐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이보다 더 혹독하게 다루고 재산도 몰수했다.

현대에는 대체로 국가가 삶의 방법을 강요하거나 자살을 범죄로 보지 않지만 자살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유대관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어서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가족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국가의 한 국민으로서의 유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철을 맞아 당선가능성을 점치고,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짜내는 노력만큼 우리사회의 병든 곳을 찾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사회적 관심과 공론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