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완 (논설위원)
[경인일보=]말에는 기본적인 예절이 있다. 한글창제 당시 그 시대에 맞는 쓰임새가 있고, 현대에 와서는 변천과정을 거치고 학자들의 중론을 모아 가장 합리적인 표준어를 정해 사용하고 있다. 그 글에 담은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에서 뜻의 변이는 있었겠으나, 우리의 정서와 예절은 살아 있다. 또한 지역 특유의 사투리로 특색있는 구수한 인심도 묻어난다. 이러한 우리 말을 가꾸고 발전시켜 바르고 고운 말로 남게 하기 위한 작업은 실생활에서부터 실행돼야 한다. 부모의 말, 형제의 말, 또래의 말, 학교의 말, 사회의 말 등 다양한 경로와 장기간에 걸쳐 습관화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름의 정서와 예절을 담게 되면서 자기의 말이 만들어진다 하겠다.

말의 예절은 말의 습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으로, 성장기 부모의 말 습관에서 정서가 형성된다면 정서에 더해 인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곳은 교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또래의 말도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그들의 말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는 교사가 쓰고 가르치는 말과 글이다. 말의 습관은 초·중등을 거치면서 정착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물론 반항기인 사춘기를 지나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말의 습관을 바로잡는 스스로 교정기간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말의 습관을 고치는 것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성장기 습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말의 습관이 통제하기 어려운 제3의 힘에 의해 급속도로 저속화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과 영화 등이 그것이다. 전에도 저속어의 주범으로 자주 등장해 온 것이 사실이나 이번처럼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사 512명을 상대로 '학생들의 욕설·비속어 사용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의 75.4%가 '학생들 대화의 절반이 욕설·비속어라는 우려'에 대해 '동감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응답자 절반인 51.8%는 대화에 섞인 욕설·비속어 사용 비율을 20∼50%로 봤고, 50∼70%라는 응답률도 19.5%에 달했다. 욕설과 비속어를 모르면 대화가 안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왕따가 되기 싫으면 욕설과 비속어를 상용어처럼 구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말의 습관이 말의 예절과 정서, 인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현 상태는 중증환자로 넘어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로 보면 그 행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 대상 교사들의 92.4%가 과거와 비교해 요즘 학생들의 욕설·비속어 사용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교사 가운데 88%가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을 부추긴 1등 공신으로 인터넷·영화 등을 지목하고 있다. 대책으로 교육당국의 프로그램 개발을 지적했다. 국가와 교육청 차원에서 더욱 효과적인 프로그램 및 지침서를 발간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욕설과 비속어에 대한 부작용의 사례를 들어 가르쳐야 하는 일선 교사들의 적극적인 교사법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아이들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교육 현장에 있어서다.

떠넘겨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 교사들은 '가정의 자녀지도 소홀' 8.8%, '학교의 학생지도 소홀' 1.8%라는 답을 냈지만 학교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서 앞장서야 하는 위치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한글날 하는 연례행사로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대책을 논하는 등 때에만 부산해서는 인터넷 등에 널리 퍼져 있는 욕설과 비속어로 소통의 부재까지 올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한글에 대한 우수성을 주창 소개할 것이 아니라 예절과 정서, 인격을 갖춘 우리 말로 거듭나는데 필요 충분 조건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해 실행에 옮기는 것만이 최선이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살고 있는 부론섬 바우바우시가 토착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했다고 한다. 인터넷 언어 등을 방치할 경우 한글의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말의 혼돈을, 한글을 수입한 타국의 소수민족은 바른 말을 사용하는 이상한 현상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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