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고용허가법에는 불법체류자 고용시 최소 500만원 이상의 범칙금과 벌금을 물릴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사증발급인정서 신청이 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돼도 범칙금만 내면 즉시 재고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즉 고용주가 출입국사무소에서 사증발급인정서를 받아 채용하고 싶은 외국인에게 보내면 해당 외국인은 이를 근거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다.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현재 사증발급인정서 신청이 제한된 기업까지 소급 적용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발급을 규제하는 기존의 제재가 너무 과도해 불법체류자에 대한 음성적인 고용을 부추긴다는 점이 개정사유다.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영세사업장들이 당장 혜택을 볼 예정이다.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 운운하며 대대적으로 불법체류자 단속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해당 사업주들은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불결하거나 힘들고 위험스런 데다 저임금인 3D업종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친 터여서 영세사업주들이 선처를 호소했으나 정부는 애써 외면했으니 말이다. 영세자영업장들의 딱한 처지를 혜량했다면 진작에 규제를 완화했어야 했다. 자영업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신빈곤층이 급증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었던 것이다.
불법체류자 고용제한 규정은 그동안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는 등 2중 잣대식이어서 사문화(死文化)는 예정되어 있었다. 농촌의 경우 제조업보다 임금이 낮고 근무환경 또한 열악해 인력난이 훨씬 심각하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로 일관해온 터이니 말이다. 농촌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로 전환한 이후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한 것이 반증한다. 영세사업장들의 경영난만 부추긴 채 무리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국가이미지만 손상했던 것이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수를 외국인 근로자 총수의 60% 정도인 23만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2012년까지 전체 외국인 체류자 수의 1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음은 물론 불법체류자들이 더욱 양산될 전망이어서 우려가 크다. 외국인범죄 증가가 불가피한 때문이다. 국내의 외국인범죄 건수는 2003년 6천144건에서 2007년에는 1만4천524건으로 불과 4년 만에 2.36배나 급증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죄질이 나쁜 범죄 건수는 1.3배 증가했다. 러시아 마피아와 일본 야쿠자, 중국 산진회, 태국 차이파 등 27개 외국인 범죄조직이 암약중이며 지난해 국내거주 외국인 마약범죄 건수는 2007년보다 3배나 격증했다. 마약투약 등 환각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도 2007년 165건에서 2008년에는 72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마약밀반입 증가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근래 들어 불법체류자들은 집단화, 조직화를 통한 불법체류 단속반대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외국인노조에 대한 합법화 요구가 비등해지고 심지어 국내외 NGO 등과 연계한 한국군 중동지역 파병에 대한 반대시위 등 내정까지 간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의 '국격(國格) 높이기' 작업에도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불법체류자 양산으로 건설시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등 노동시장 교란 심화도 염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우리사회는 이미 다문화, 다인종사회로 진입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한층 제고되었다. 영세자영업들이 더 이상 무너지는 것도 방치할 수 없다. 그러나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더 이상 효용이 없어 보인다. 국가경쟁력 제고와 불법체류자 억제란 두 마리 토끼를 정부가 어찌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