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경인년이 갖는 의미와 2010년 국운을 어떻게 보시나요.
"경인년의 경(庚)은 일곱번째 천간이므로 7이란 수를 얻고, 인(寅)은 세번째 지지이므로 3이라는 수를 얻습니다. 주역의 팔괘에서 7은 일곱 번째 괘인 칠간산(七艮山)이요, 3은 세 번째 괘인 삼리화(三離火)에 해당합니다. 이것을 64괘에서 찾아보면 위에 산이 있고 아래에 불이 있는 형상인 '산화비(山火賁)'라는 괘가 나옵니다. 비(賁)는 산 아래에 불이 타오르면서 산을 장식하는 형상에 비유해 붙여진 괘명입니다. 이 괘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을 '꾸민다'는 것입니다.
또 7과 3을 더하면 10이 나오는데 괘는 모두 6효이므로 6으로 제하면 4가 남지요. 이렇게 괘를 지어보면 올해는 산화비괘의 네 번째 효(六四)가 나옵니다. 주역에서 이것의 풀이를 찾아보면 '백마한여(白馬翰如)'와 '비구혼구(


-선생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한학도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혹 젊은 시절에 신학문을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는 없으신지요.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께 천자문, 사자소학 등을 배우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 다니는 것을 보고 부러워 할아버지를 졸라 심상소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그때 할아버지께서는 '인기아취(人棄我取·다른 사람이 버리는 것을 자기는 거두어 쓴다)'라며 지금은 사람들이 모두 한문이 싫다고 버리지만 나중에 네가 배우는 한문이야말로 한 글자당 천냥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할아버지를 따라서 대학, 중용, 맹자, 논어 등을 꾸준히 공부하라고 하셨죠. 그후 스승이신 야산 선생님을 만나 13년간 주역을 공부하게 됐고 오늘날까지 이르렀네요. 물론 소학교 졸업후 계속해서 신학문을 공부했으면 젊었을 때 좋은 자리에 취직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공부한 것은 전부 성인들의 글이고 사람의 인생을 밝혀준 글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지금은 나이가 80이 넘었는데도 여기저기서 시경(詩經), 서경(書經) 특강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니 결국 할아버님의 뜻대로 인기아취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주역이 '만학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이유와 그것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주역은 우주와 사람의 인생 변화,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깨닫게 해주니 가히 만학의 제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혹 주역을 잘모르는 사람들이 주역을 한낱 점치는 글이나 사주보는 글이라고 운운합니다만 그것은 절대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음양오행의 이치라든지 점보고 사주보는 것이라든지 지리·의학·관상 등 모든 동양철학적인 학문이 주역에 그 근본을 두고 있으며 주역에서 많은 것들이 파생돼 나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주를 본다고해서 주역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코끼리 발가락만 만져보고 코끼리 전체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주역의 핵심은 수시변역(隨時變易 때에 따라서 변하고 바뀌어야 한다)과 지시식변(知時識變·때를 알고 변할 줄 알아야 한다)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깨닫고 실천했을 때 비로소 주역에 대해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선인들의 비결에 보면 '자축년에는 확실히 심증이 가지 않고(子丑猶未定), 인묘년에는 대강 세상의 변할 일을 알게 된다(寅卯事可知)'고 했습니다. 즉 인년과 묘년이 되면 어지러운 세상을 겪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현재 우리나라에 변통해서 적용해 보면 경인년(2010)을 중심으로 향후 2~3년간 가장 변화가 많아질 것이며, 그러한 변화가 일단락되는 2014년이 되면 특히 북한의 변화를 알게 될 것이라고 풀이해 볼 수 있지요. 왜 옛 말에 가봐(甲午)야 확실히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세계의 방위상 주역의 간방(艮方·동북방향)에 해당하며 간방은 주역에서 '종만물시만물(終萬物始萬物·만물을 마치고 만물을 시작한다)'하는 태극의 방위에 속하니 향후 세계의 중심에 서서 주도해 나갈 기운을 지니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걸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역량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요."
▶ 대산 김석진 선생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존 최고의 주역학자로 통한다. 1928년 충남 논산 함적골에서 태어나 6세때부터 조부인 청하 선생 밑에서 천자문, 사자소학, 소학, 동몽선습, 통감,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을 수학했다. 19세때 '이주역(李周易)'이라 불렸던 주역의 천재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선사를 만난 후 13년동안 시경, 서경, 역경(주역)을 공부했다. 58세에 서울 함장사(含章寺)에서 대학과 주역 강의를 시작으로 23년간 서울, 대전, 청주, 인천, 춘천, 제주 등에서 사서삼경을 강의했다. 그에게 주역과 경서(經書)를 배운 제자만 해도 8천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