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온호가 인천항을 출발한 지 22일 만인 지난 8일 오전 6시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 접안부두에서 남극 항해 임무를 앞두고 4일간의 준비일정에 돌입했다.
[경인일보=크라이스트처치/송현수기자 (부산일보)] 아라온호는 8일 오전 6시(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2시) 남극 항해의 경유지인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시 리틀턴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지난달 18일 모항(母港)인 인천항을 출발한 지 무려 22일만이다.

아라온호는 12일 남극으로 가는 4대 관문의 하나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를 출항한다. 2월 19일 다시 크라이스트처치에 귀항하기까지 '쇄빙능력시험 및 남극 제2기지 정밀조사'를 위한 40여일간의 대장정에 본격 돌입하는 것이다. 모항(母港)인 인천항을 기점으로 볼 때 '인천항→크라이스트처치→케이프 벅스(Cape Burks)→테라노바 베이(Terra Nova Bay)→크라이스트처치→인천항'으로 연결되는 왕복 항해거리가 약 3만3천㎞에 달하는 길고도 만만찮은 여정이다. 아라온호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정박하는 8일부터 11일까지 4일 동안 현지에서 임차헬기 2대도 선적한다.

▲ 지난 7일 숙소인 라티머(LATIMER) 호텔 앞에서 선발대원들과 포즈를 취했다(사진 왼쪽부터 최태진 대륙기지사업단 선임연구원, 송현수 부산일보 차장, 남상헌 극지운영실장, 정경호 대륙기지건설추진위원회 사업관리단 책임연구원).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8일 전후로 항공편으로 현지에 온 정밀조사단, 취재기자단, 한진중공업 관계자 등이 합세하게 된다. 러시아측 전문가 5명도 이곳에서 아라온호에 전격 합류한다는 게 극지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남상헌 극지연구실장은 "러시아 전문가 5명 중 4명은 쇄빙시험 전문가이고, 나머지 1명은 결빙해역 운항시 안전운항을 지휘하는 아이스 파일럿(Ice Pilot)"이라며 "아이스 파일럿은 지난해 10월 부산을 방문해 국내 항해사·기사들을 대상으로 실내교육을 시킨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귀띔했다.

아라온호는 12일 크라이스트처치를 출발하면 5일간 '동경 172도 38분'을 따라 정남향으로 약 2천㎞를 이동항해, 16일 '남위 60도' 해역에 도착한다. 이날 '남위 62~63도, 동경 172도 38분' 부근 해역에서는 러시아 쇄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Academic Fedorov)호와 역사적인 조우(합류)가 이뤄진다.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 리틀턴항에 정박중인 아라온호의 승조원들이 9일 오후(현지시간) 헬리데크에 착륙한 유로콥터사의 AS 350 헬기를 격납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아라온호는 17일부터 24일까지 약 2천500㎞를 러시아 쇄빙선과 나란히 동행 항해하며 쇄빙과 관련한 러시아 측의 도움을 받게 된다. 우리의 쇄빙 경험이 전무한 탓이다. 러시아 측에서 얼음정보를 분석·제공하는 아이스 내비게이터(Ice Navigator) 1명이 아라온호에 배치된다는 게 남 실장의 설명이다.

아라온호의 첫 목표지는 서남극 해안에 인접한 케이프 벅스. '남위 74도 45분 16초, 서경 136도 48분 58초'에 위치한 지점이다. 남극 세종기지에 이어 남극 제2기지 후보지로 가장 유력시되는 곳이다.

25일 케이프 벅스에 도착하자마자 2월 3일까지 약 10일간 후보지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단의 정밀조사와 함께 아라온호가 쇄빙선으로서 결함이 없는지를 알아보는 본격적인 쇄빙능력시험이 이뤄진다. 쇄빙능력시험에선 1m 두께의 다년생 얼음을 3노트(시속 약 5.5㎞) 속력으로 연속적으로 쇄빙할 수 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 아라온호가 입항한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주변 항구의 초저녁 야경. 이곳은 지금 한국과는 정반대인 한여름으로, 오후 9시께 해가 질 만큼 낮이 매우 길다.

2월 4일 케이프 벅스를 출발한 아라온호는 4일간 이동항해를 거쳐 7일 남극 제2기지 제1대안지인 테라노바 베이에 도착하게 된다. '남위 74도 37분 57초, 동경 164도 13분 41초'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곳에서도 역시 8~11일 정밀조사가 진행된다.

이어 12일부터 약 1천400㎞를 이동항해하면 15일 '남위 60도' 해역에 도착하고, 이어 18일까지 약 1천800㎞를 계속 이동하게 된다. 특히 12~18일 7일간 러시아 얼음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본격적인 쇄빙항해 훈련이 진행된다. 쇄빙항해 시험에서는 직접 얼음을 채취해 두께와 강도, 빙질 등에 대한 현장시험도 실시한다.

아라온호가 2월 19일 첫 경유지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귀항하면 1항차 임무는 종결된다.

다만 1항차에서 정밀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게 나오면 아라온호는 인천항으로 귀항하지 않고, 보급 및 정밀조사단을 일부 교체해 2월 23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제2대안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위한 2항차에 오르게 된다.


※ 인터뷰 / 김현율 아라온호 선장 "어떤 역경도 이겨내는 한국인 저력 믿어"

"인천항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1만1천여㎞를 아라온호로 항해해 오는 동안 5~6m가 넘는 파도도 있었고, 이곳에 도착하기 이틀 전에는 뉴칼레트니아 인근 해역에서 스웰(너울)이 너무 심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북서풍이 불어줘서 경유지인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항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격려를 보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인 최초의 쇄빙선 선장이라는 자부심 못지않게 막중한 책무를 떠안은 김현율(사진) 선장은 지난 8일 오전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한 뒤 선상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항해해 왔다"고 소감을 말한 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험난하고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대 출신으로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에서 상선을 운행한 바 있는 김 선장은 아라온호 선장 공모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국내 첫 쇄빙선 선장이라는 명함을 꿰찼다.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 김 선장은 처녀출항인 남극 항해의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김 선장은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동안도 힘들었고 어려웠지만 그보다 훨씬 큰, 아직도 상상 못할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선원 등 승조원들의 경험과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내는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선장은 "땀과 열정이 모였을 때만이 정말 기대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법"이라며 "올해는 남극에 가지만 내년에는 북극에도 가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크라이스트처치/송현수기자 songh@busan.com (본 기사는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