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온호가 지난 12일 저녁 7시48분(한국시간 12일 오후 3시48분)께 남극으로 가는 4대 관문의 하나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출항했기 때문에 '크라이스트처치~남극대륙~크라이스트처치' 항로는 40여일에 걸친 약 1만1천㎞에 달하는 험난한 항해가 예고된다. 크라이스트처치를 기점으로 보면 남극 항해는 이제 겨우 만 이틀째를 맞은 셈이다.
"아라온호는 총 7천487t급으로 일반 쇄빙선보다는 작지만 첨단기술이 집약돼 있습니다. 다른 쇄빙선은 수송·보급이 목적이지만 쇄빙선과 연구선이 합쳐진 최첨단 쇄빙연구선이자 '바다위 연구소'로서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할 수준입니다."(아라온호 김현율 선장)
아라온호는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이자 극지 탐사·연구선답게 영하 50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배 안에는 60여종의 다양한 첨단 연구장비를 갖췄다. 해양연구 장비, 음파탐지 장비, 지구물리탐지 장비, 관측 및 장기 모니터링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아라온호는 일반 엔진이 아닌 고압발전기(3천400㎾ 4기)를 통한 전기추진 방식이기 때문에 적은 소음으로 전·후진 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좌우 이동은 물론 360도 회전이 자유롭다. 한마디로 저소음과 저진동, 부드러운 변속이 특징이다.
선저(배 밑바닥)에는 다중빔 해저지형 탐사기기를 비롯한 멀티빔이 설치돼 있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해저 목표지점을 거의 한치의 오차 없이 탐사할 수 있고 음파를 이용해 해저 형상을 3차원으로 생생하게 재생할 수 있다.
갑판에는 헬기 착륙장·격납고가 설치돼 있고, 갑판의 대형 크레인에는 심해 6천m까지 내려갈 수 있는 무인잠수정 해미래가 달려 있다.
갑판 아래 1층과 선상 1, 2층에는 채수실과 극지 해양 생물체를 살펴볼 수 있는 생물 실험실, 냉장·냉동실험실 등 10여개의 실험실이 밀집해 있다. 얼음정보 인식 장비는 결빙해역에서 안전항로를 유도한다.
특수기능 및 장치로는 ▲선체 충격 모멘트 감시장치 ▲얼음 갇힘 탈출을 위한 횡경사 발생장치 ▲선박을 좌우로 흔들어 주변의 얼음을 깨고 탈출하는 장치 등이 있다.
아라온호는 1m 두께의 다년생 얼음을 3노트(시속 5.6㎞)로 연속쇄빙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데, 이는 4㎝ 두께의 특수철강재로 만들어져 일반 선박보다 2배 이상 두꺼운 뱃머리 덕분이다. 선체 앞머리를 최대 5m 높이로 들어올려 얼음을 짓눌러 깰 수도 있다.
선미(배 뒷부분)의 주 추진장치 2기와 선수(배 앞머리)의 보조 추진장치 2기를 작동해 선체를 360도 회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선체가 얼음에 갇힐 경우에 대비해 좌우로 움직여 얼음을 깰 수 있도록 한 것.
극한의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조타실 유리창과 출입문, 갑판 전체에는 열선을 깔았다.

■ 최첨단 무장한 아라온호는
360도 회전·3D 음파 영상… 작지만 강한 '바다위 연구소'
배는 지금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정남향으로 약 1천㎞ 지점을 항해중이다.
선상에서 바라본 남태평양은 수평선과 맞닿은 온통 검푸른 망망대해 뿐이다. 비바람속에 가끔씩 갈매기떼와 돌고래들이 예고없이 아라온호 주변을 호위하며 외로운 처녀출항을 반갑게 에스코트해 준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남쪽으로 점차 진입하면서 배의 요동도 심상치 않다. 배멀미를 호소하는 탑승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앞으로 2~3일간이 고비가 될 것이라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출항 당시 극지연구소 이찬우 해무감독은 "실제로 우리가 만든 배를 가지고 남극에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을 뗀뒤, "(이번 1항차는 우리로서)처음 가는 곳이자 처음 경험하는 곳이라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예고상으로 파고가 6~7m 이상이고 10m 가까이 되는 등 엄청나게 배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항해가 험난한 대장정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아라온호의 남극 항해는 이번이 1항차로 쇄빙능력시험 및 남극 제2기지 정밀조사가 주요 임무다.
1항차의 목표지점은 남극 제2기지 후보지로 유력시되는 케이프 벅스(Cape Burks)와 대안지 중 하나인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 등 2곳이다. 현재 항해 속력은 12노트(Knot, 시속 22.4㎞) 정도란다.
우선, 아라온호는 러시아 쇄빙선과 조우하기 위해 만 5일동안 '동경 172도 38분(172°38′E)'을 따라 정남향으로 약 2천㎞를 이동 항해한다. 그러면 오는 16~17일께 '남위 60도(60°S)' 해역에 도착하게 된다. 이어 17일 '남위 62~63도, 동경 172도 38분(62~63°S, 172°38′E)' 부근 해역에서 러시아 쇄빙선인 아카데믹 페도로프(Academic Fedorov)호와 조우(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헌 극지운영실장은 "아라온호는 크라이스트처치를 출항한 지 만 5일만인 17일 저녁 아카데믹 페도로프호와 만날 예정"이라며 "17일 저녁이나 18일 아침부터 페도로프호와 7일간 쭉 약 2천500㎞를 동행 항해해 24일께 서남극 해안에 인접한 케이프 벅스(남위 74도 45분, 서경 136도 48분)에 도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지난 12일 출항 당시 추가 급유 시간이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12시간 가까이 지각 출항했기 때문에 러시아 쇄빙선과 조우하려면 그 만큼 갈 길이 바쁘다. 그렇다고 항해 속력을 무리하게 높일 수도 없다. 아라온호의 최고 속도는 16노트이지만 경제순항속도는 12노트이기 때문이다.
1항차 총괄책임자인 극지연구소 김동엽 수석연구원은 "아라온호는 하루 평균 21t 정도의 연료 기름을 필요로 한다"며 "항해 속도를 정상속도(10~12노트)보다 2~3노트만 올려도 연료가 하루 평균 36~40t으로 두 배 가까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라온호 승조원을 제외한 정밀조사단, 취재기자단 등 탑승객들은 13일 안전교육 훈련 및 비상탈출 훈련을 받았다.
최종범 1항사는 "비상 사태로 퇴선 명령이 내려지면 탑승객인 85명 전원이 캡슐식 구명정으로 비상탈출하게 된다"면서 "이 구명정에는 1인당 사흘간 사용할 비상식량·약·기름·멀미약·낚시 등 최대한 생존할 수 있는 보급품들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남극은 지금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여름철로 거의 낮만 계속되는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