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서남극 케이프 벅스/송현수기자(부산일보)]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남극해에서 2차례에 걸쳐 쇄빙 능력 테스트를 치렀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라온호는 26일과 27일 서남극 케이프 벅스(Cape Burks) 인근 해역에서 치러진 쇄빙능력시험에서 '1m 두께의 다년생 평탄빙(평탄한 얼음)'을 연속 쇄빙하면서 항해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원하는 속도가 나오지 않았던 것.
27일 오후에 실시된 2차 테스트에서는 배가 연속 쇄빙하며 나아갈 때 평균 1~1.2 노트 속력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한 최대 출력의 95%까지 올린 속력에서도 1노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배가 전진할 때 선수(배 앞머리)도 12시 정방향에서 오른쪽으로 틀어졌다.

하지만 1, 2차 테스트 결과만으로는 성공과 실패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러시아 쇄빙시험팀의 최종 분석 결과가 나오는 2개월 후가 되면 최종 성공·실패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라온호는 26일 첫 쇄빙 능력 테스트에서 3노트 속력으로 다년생 평탄빙을 연속 쇄빙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크랙(금)이 배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갈라지지 않고 옆으로 갈라져 아쉬움을 남겼다. 쇄빙능력시험에 앞서서는 아라온호를 건조한 한진중공업의 주도로 러시아측 쇄빙 전문가들이 평탄빙에서 분석 얼음을 뽑아올리는 '아이스 코어링(Icecorring)'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한진중공업 특수선설계팀의 임태완 과장은 "쇄빙시험에 적합한 얼음을 찾기 상당히 어려웠는데, 여러 곳을 물색한 결과 적당한 곳을 찾았다"면서 "쇄빙 자체는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다만 속도 성능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남상헌 극지운영실장은 "쇄빙능력시험은 모두 3~4회 정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이찬우 해무감독은 "이번 남극 항해에서 아라온호를 안내해 준 러시아 쇄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호측도 시험해역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라온호가 페도로프호보다는 힘과 쇄빙 능력이 훨씬 우수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두차례 쇄빙능력 테스트 결과는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남극해를 가로질러 서남극의 '남위 74도 46분, 서경 136도 48분' 지점에 위치한 남극 대륙 케이프 벅스(Cape Burks)에 도착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법상 남극해(남극권)는 남위 60도 지점부터다. 지구 육지의 9.2%를 차지하는 남극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원시대륙이다.
남극은 북반구에 위치해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지금이 여름철이다. 일반적으로 남극의 여름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3월부터는 날씨가 급박하게 나빠진다. 남극의 날씨는 겨울에 영하 60도 이하로 떨어질 만큼 혹독스럽지만, 여름철에는 한국의 겨울과 비슷한 기온이어서 눈이 녹는다는 것. 하지만 여름에도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10~20도가 낮다.
추위를 빼고 남극에서 가장 두려운 두 가지를 꼽으라면 블리자드(극지 눈폭풍)와 크레바스이다. '남극의 날씨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극의 날씨는 무척 변덕스럽다. 특히 초속 30~40m의 블리자드가 불어닥치면 체감 온도는 영하 60도까지 떨어진다.

이번에 남극 제2기지 유력 건설후보지인 케이프 벅스 인근에 있는 러시아의 폐기지 루스카야 기지를 둘러봤다. 건물이 특이했다. 바닥에서 일정한 높이의 기둥들을 세워 그 위에 건물을 올려놓았다. 블리자드가 몰아치면 순간 건물이 눈으로 뒤덮일 수도 있기 때문에 고안해 낸 특수공법이다.
남극에서는 블리자드가 몰아치면 모든 외부 일정이 올스톱이다.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어 바로 옆 건물의 입구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남극을 자주 드나드는 극지연구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블리자드를 만나면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듯한 느낌이라는 것.
크레바스는 얼음이 갈라진 큰 틈을 말하는데, 그 위에 눈이 얇게 덮여 있기 때문에 '하얀 죽음의 함정'이라고 불린다. 크레바스는 설상차는 물론 화물차까지도 한 입에 삼켜버릴 만큼 공포스런 존재다. 남극 세종기지 인근 외국기지에서는 지난해 한해동안 3명이 크레바스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극 대륙의 만년빙은 매년 내리는 눈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것으로, 평균 두께가 2천500m에 달한다. 이 빙하층은 최대 42만년 전까지의 지구환경 변화를 기록한 타임캡슐인 셈이다. 보통 100m 두께의 얼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천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남극의 얼음은 제각기 불리는 이름도 다르다. 빙하가 흘러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면서 얕은 바다를 덮고있는 것이 빙붕이고, 이 빙붕이 깨져 떨어져 나온 게 빙산이다. 유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된 것으로, 두께가 2m 정도되며 바다를 떠다닌다. 남극 대륙은 남극해로 둘러싸여 있다. 남극해는 절반 이상이 유빙으로 덮여 있다. 남극 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은 전세계 얼음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극지의 얼음이 모두 녹아내려 바다로 흘러간다면 지구 해수면이 60m 정도 상승하면서 재앙이 닥친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이번 남극 항해에서는 남위 62도 해역에서부터 유빙을 접하기 시작했다. 남위 70도를 지나면서 유빙은 무수히 늘어나더니 남위 72도 해역부터는 그야말로 얼음천지를 이루었다. 남위 72도에서 73도를 넘어오는 결빙해역에서는 남극해가 온통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남극의 여름철은 하루종일 낮만 있고 밤이 없는 백야 현상이 수개월간 지속된다. 이번 남극 항해 기간에 남위 70도 해역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아예 매일매일 낮만 지속되고 있다.

남극은 매우 건조해 연간 강수량이 300~500㎜에 불과하다. 때문에 남극을 '하얀 사막'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극에서는 외출할 때 몇가지 철칙이 있다.
극지는 태양에너지 반사율이 매우 높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어 반사되는 햇빛만으로도 시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시력 보호 차원에서 선글라스보다는 고글을 착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또한 남극에서는 기온은 낮지만 자외선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은 특수 선크림·선블록을 바르는 게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