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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맞은 남극연구 여전히 걸음마 수준"
[경인일보=서남극 케이프 벅스=송현수기자]우리나라는 1988년 2월 킹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개소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극 연구를 시작했다. 올해로 남극 연구를 본격화한 지 22년째를 맞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극지 연구 수준은 미국이나 러시아,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현재 남극권에는 19개국에서 37개 상주기지를 운영중이다. 문제는 남극 진출 초창기에 남극대륙 주변부에 건설된 세종기지(남위 62도 13분)만으로는 남극연구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종기지에서는 남극대륙 및 주변 대륙붕 지역의 막대한 부존자원(광물, 수산·해양)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다. 특히 지구 온난화 등 환경변화 현상을 규명하는데 필수적인 고층대기물리학, 빙하학, 천문·우주학, 오존층 변화 등의 연구는 남위 70도 이상의 고위도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남극 제2기지가 건설되면 기존 세종기지는 남극 허브기지이자 해양기지로서의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대신, 남극 제2기지는 남극대륙 전진기지로서 본격적인 남극대륙 빙하 및 기후 연구는 물론 남극대륙의 광물 부존자원 조사, 대륙 주변의 대륙붕 석유·자원 조사, 극한지 공법 기술 개발, 극지 의학 및 인체 생리학 분야 연구, 원거리·인공위성 통신분야 연구, 국제 공동연구를 통한 극지 연구의 다변화 등 한 차원 높은 극지 연구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현재 남극은 주인없는 땅이자 기회의 땅이다. 남극조약과 남극환경보호 의정서 채택으로 특정국가에 의한 영유권 주장은 물론 오는 2048년까지 자원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과학적 목적의 연구 진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극지 연구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국제적인 환경 문제 동참, 미래의 자원확보 선점 등을 염두에 둔 남극대륙 전진기지 건설이 절실한 이유다.

남극 제2기지 후보지 확정을 앞두고 건설·환경·극지연구 전문가로 구성된 대륙기지 정밀조사단이 지난달 30일 케이프 벅스(Cape Burks)에 대한 정밀조사를 마쳤다. 정밀조사단은 아라온호가 오는 7일께 또다른 후보지인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에 도착하는대로 3일가량 정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현재 극지연구소내에서는 케이프 벅스가 사실상 대세론으로 자리잡은 형국이다. 하지만 정밀조사단내에서 케이프 벅스가 과연 남극 제2기지 유력 건설 후보지인가를 두고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남위 74도 상에 걸쳐 있지만 케이프 벅스(남위 74도 45분,서경 136도 48분)는 서남극에, 테라노바베이(남위 74도 37분, 동경 164도 12분)는 동남극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케이프 벅스는 러시아가, 테라노바베이는 뉴질랜드가 추천한 곳이다.
케이프 벅스와 테라노바베이는 주변에 다른 나라의 상주기지가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케이프 벅스에는 러시아의 폐기지인 루스카야 기지가 있을 뿐이다. 테라노바만(灣)내 브라우닝(Browning)산에는 독일의 곤드와나(Gondwana) 하계캠프가 있고, 이탈리아 MZS 하계기지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극지연구소측은 케이프 벅스에 대해 지구온난화 연구의 최적지인데다 인근에 타국의 상주기지가 없어 연구 주도권 확보 및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주변에 담수호가 있어 식수원을 확보할 수 있고, 너비 40m, 길이 1.7㎞에 달하는 활주로 공간도 있어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케이프 벅스는 기후 여건이 동남극의 테라노바베이에 비해 열악하다. 케이프 벅스는 풍속이 연평균 초속 12.9m로 거센 데 비해 테라노바베이는 4.9m로 약한 편이다.

실제로 케이프 벅스는 겨울철 최대 풍속이 초속 22m에 달하는 등 바람이 거센데다 쇄빙선이 접근해서 자재 보급·하역이 가능한 기간도 연간 50일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 케이프 벅스는 여름철에 기온이 높아서 결빙된 바다가 열리는 일명 '폴리냐(일명 Open Sea)'가 4~5년에나 한 번 꼴로 형성된다는 것. 특히 케이프 벅스는 여름철에도 쇄빙 연구선인 아라온호에서 헬기를 띄워야 접근이 가능하다. 반면 결빙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테라노바베이는 이 기간 헬기없이도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케이프 벅스는 당초 '펭귄 군서지 흔적은 있으나 매우 빈약하다'고 보고됐지만, 실제로는 1천500여마리의 펭귄 번식지가 확인됐다. 이 일대가 환경보호구역으로 묶일 경우 연구 활동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케이프 벅스가 남극 제2기지 건설지로 확정되면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기간이 연중 50일 미만으로, 3년안에 기지를 완성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지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기지 운용비 부담은 곧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테라노바베이를 둘러싼 주변에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 기지가 있어서 선진국과의 교류 협력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결국 남극 제2기지 건설지 확정 문제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국익 차원에서 객관적이고도 투명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국내 원양어선 '홍진호'와의 조우"
출항이후 우리어선과 반가운 첫 만남… 만선의 기쁨 함께나누며 아쉬운 작별
'여기는 아라온, 707 홍진호 나와라 오버!'
아라온호가 3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 케이프 벅스를 떠나 남위 69도 16분, 서경 166도 32분 지점에서 국내 원양어선인 홍진호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아라온호가 지난 1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를 출발한 이래 남극해에서 우리나라 선박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현수 기자가 브릿지(조타실)에서 1㎞ 거리의 홍진호와 단독으로 무전 교신을 시도했다.
"여기는 아라온, 707 홍진호 나와라 오버"라고 하자 홍진호 양선철 선장이 반갑게 "여기는 홍진호, 반갑습니다. 오버"라고 답했다.
"아라온호가 남극해에서 우리나라 배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오버."
"아, 그렇습니까. 우리도 뉴스로는 들었습니다만, (아라온호를 직접 조우한 것은)처음이라 대단히 영광입니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양 선장은 가족에게 전할 안부를 묻자 "가족들 모두 항상 사랑하고 늘 고맙다. 큰 놈이 내년에 수능시험 치르는데,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진호는 857t급 원양어선으로 옵서버를 포함해 41명의 선원이 탑승중이라고 했다.
홍진호는 심해 어종인 메로(속칭 파타고니아 이빨고기)잡이 어선이다. 지난해 10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을 출항해 11월말 로스해 어장에 도착해 메로잡이를 끝내고 회항하는 길에 아라온호와 조우한 것이다. 고기를 많이 잡았느냐는 질문에 양 선장은 "만선"이라며 오는 20일 몬테비데오항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