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민정주기자]정은경(35·주부)씨는 3년 전 시누이가 결혼할 때, 시댁 식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제 시집을 갔으니 생일이나 명절 때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정씨의 달콤한 환상은 당장 돌아온 설 명절부터 무참히 깨졌다.

시댁에서 풀려난(?) 시누이가 친정으로 들이닥쳐 정씨를 부려먹기 시작하는 것. 정씨는 시누이를 위해 다시 상을 차리고 차를 내오고 투정을 다 들어주어야 했다. 올해 설날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시누이와의 전쟁, 정씨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정씨처럼 명절마다 한 숨이 절로 나오는 주부들에게 '남보다 못한 가족'을 들어봤다.

■ 뭐니뭐니 해도 가장 미운 사람은 '동서'

여자의 적은 여자(?).

많은 주부들이 동서를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맏며느리가 '늦게 와서 일 적게 하는 동서'를 고깝게 여기는 것은 옛말이 됐다. 기러기 가족이라서, 혹은 구정에 쉬지 않는 외국계 회사를 다녀서, 심지어 교회 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아예 오지도 않고 남편만 보내는 동서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런 동서가 전화를 해 "형님, 남은 음식 좀 싸서 보내주세요"라고 한 마디하면 주부는 더 참지 못하고 폭발할 수도 있다.

■ 뺀질거리며 아내 식모취급하는 남편

동서 못지 않게 얄미운 가족은 남편이다. 일 년에 두 차례 설과 추석 명절을 지내고 나면 어김없이 싸우는데도 명절마다 도지는 남편의 '뺀질거림과 식모취급하기' 증세는 사라지지 않는다.

친척들이 오기 전에는 청소와 음식준비로 바쁜 아내를 보면서도 뺀질거리며 소파에 누워 TV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고, 친척들이 오면 급기야 아내를 식모취급하며 갖은 심부름을 시켜대는 남편들. 명절이 끝나면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 예상 밖의 복병, 시집간 시누이

제사상 차리느라 아침을 분주하게 보내고 친척들을 점심까지 차려 먹이고 나면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설거지를 해치우고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고 이제 좀 쉬어볼까 하면 반갑지 않은 손님인 시집간 시누이가 초인종을 누른다. 시누이는 시부모님이나 남편보다 더한 상전노릇을 한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 남편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자신이 시댁에서 겪은 고초를 늘어놓으며 밥상을 차리고 과일을 내오고 부엌을 치우는 동안에도 손에 물 한 방울 묻히려 들지 않는다.

시누이가 친정에서 쉬는 동안 주부는 자신의 친정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