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민정주기자]맏며느리인 김미정(46)씨는 명절만 다가오면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답답하며 소화도 안 되는 증상을 호소한다. 딱히 고부간의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5명의 형제자매 중 맏며느리이다 보니 어른들 선물로 뭘 준비해야 할지부터 차례상 준비까지 시댁에 머무르는 동안 10여명이 넘는 대식구의 식사준비와 청소, 빨래, 명절 손님치르기 등 모두 김씨의 몫이다. 그리고 결혼이후 줄곧 분가해서 살아온 김씨에게 연휴기간 내내 시부모와 같이 지내야하는 어려움은 육체적인 고단함보다도 심한 스트레스로 밤잠까지 설치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한 의료기관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주부의 73%가 명절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증후군은 심하면 실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남편하기에 따라 이를 쉽게 극복할 수도 있어 명절이 지나면 아내와 사이가 더 좋아지는 '여우같은' 남편들이 전하는 아내의 명절증후군 날려버리기 비법을 소개한다.

■ 칭찬 한마디면 OK

한상훈(38)씨는 5년 전 부부교실에 참석해 아내를 칭찬하는 요령을 배운 뒤부터는 명절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던 아내와의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한씨는 "손님치레를 끝낸 아내에게 조용히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것도 좋지만 시댁 식구들이나 친정어른들 앞에서 아내를 칭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며 "일하느라 친척과 마주 앉아 이야기할 틈도 없는 아내 이야기를 꺼내면 친척들이 먼저 일을 좀 쉬라며 대신 거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연휴 중 하루는 친정으로

"명절을 치른 주부들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친정이기 때문에 남편이랑 시댁 식구들 흉보라고 아내를 친정에 데려다 주고 저는 잠시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는 결혼 10년차 김창원(41)씨. 김씨는 "친정과 멀리 떨어져 살고 또 명절엔 일하느라 자주 친정을 가지 못하는 아내에게 명절날 친정방문은 어떤 처방보다도 약효가 좋다"며 "시댁어른들보다 장인, 장모님께 용돈을 조금 더 드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고 조언했다.

■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최고

김인동(53)씨는 명절날 오후 친척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반드시 아들(20)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반나절 이상을 보내고 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친척이 대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나 당신한테 할 말있어"라는 표정으로 집안을 정리하는 아내를 피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비위를 맞추려고 해도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바로 싸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나름대로의 비법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