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혜민기자]사법시험 준비생 홍모(28)씨는 올해 설연휴 계획을 고향 전남이 아닌 신림동 학원과 학교 도서관으로 잡았다. 설 연휴 다음 주에 치러질 사법시험 1차시험 마지막 정리를 위해 설 연휴동안 공부에만 전념키로 한 것. 13일부터 단 3일동안만 진행되는 학원 특강까지 등록한 상태다. 홍씨는 "가족들이 서운해 하지만 지금 고향에 내려가면 1년 공부 모두 망치는 셈"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 최대의 명절인 설,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대한민국 20대에겐 올해 이조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다음주인 27일과 28일 각종 고시와 자격증 시험이 몰려 수험생 대부분이 고향길을 마다한 채 공부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 또 등록금과 용돈벌이를 위해 설 반짝 특수 아르바이트를 노리는 대학생들과 청년 아르바이트족들도 설 연휴동안 서울과 수도권을 사수할 예정이다.

오는 2월 27일, 사법시험을 비롯한 회계사, 변리사 시험 등 굵직한 시험들이 대거 치러진다. 1년을 모두 털어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고향집에 내려갈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고시촌 주변과 학원가 또한 설 연휴에 앞서 들뜨기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각 고시학원들도 연휴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수험생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5시간 이상 지속되는 마라톤 강의를 개설했으며, 이미 전 강의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특히 수강신청을 받자마자 마감을 기록한 특집 강의도 있다.

신림동 H학원 관계자는 "고시생들에게 이번 연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고향에 내려가는 수험생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 28일은 방학 중 단기간 점수 향상을 노리는 대학생들이 토익 시험을 본다.


특히 2월은 응시생 수가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엔 20만5천명이 응시해 같은 해 1월보다 7만여명 많은 응시생수를 기록했다.

토익 점수 향상을 위해 방학내내 토익 공부에 매진한 대학생 김모(27·여)씨는 "한번 쉬고 오면 정신이 흐트러지고, 토익 공부 부담에 가족들과도 즐겁게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번 설 연휴를 학원과 독서실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설 대목 아르바이트로 목돈을 벌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에 남아있는 대학생들과 청년 아르바이트족들도 많다.

고향 내려가면서 쓰는 차비 등의 지출을 아낄 수 있는 한편, 오히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단기 아르바이트 인기의 비결. 실제로 평소 일급 4만원이던 마트 상품 판매가 설 연휴 아르바이트 급여는 7만원까지 오르는 등 대부분 구직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단기간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에게도 부담이 적다.

이에 따라 A구직 사이트는 단기 알바 채용관을 따로 개설, 구직자와 기업의 연결을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다. 사이트 관계자는 "설 단기 아르바이트는 구인과 구직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 만큼 채용관을 개설했으며, 이용자의 호응도 높다"고 전했다.

한편 단기 아르바이트 업무 중 여성들에게는 백화점과 마트 상품판매가, 남성들에겐 배송 아르바이트 인기가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