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설날 영화 뭐 보면 좋을까'.
2010년 경인년(庚寅年) 첫 명절인 설이다. 그러나 주말과 겹쳐 연휴가 단 사흘에 불과해 어느 해보다 짧게 느껴진다. 매년 1주일 가까운 황금연휴를 꿈꿔오던 사람들은 아쉬움이 더더욱 크다. 게다가 이번 설이 공교롭게 밸런타인데이(2월14일)와 같아 특별한 이벤트를 꿈꿔온 연인들도 실망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명절을 집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반가운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알찬 이벤트는 없을까. 역시 이럴땐 짧지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영화만한 게 없다. 물론 밸런타인데이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이라면 차례 후 빨리 움직여 달콤한 영화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홈시어터니 뭐니 아무리 TV가 진화되고 컴퓨터가 발달했어도 영화는 이미 명절 풍속도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요새는 '아바타'를 필두로 3차원(3D) 입체영화들이 새롭게 각광을 받으면서 극장을 찾는 계층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설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중국 서사액션, 밸런타인 데이를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 등 각자의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한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로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그리고 중국 유가사상의 창시자인 사상가 공자를 지략가로 재조명한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가 동·서양의 스펙터클 액션대결로 시선을 모은다. 여기에 10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한국 김치의 맛을 그려내는 허영만 동명만화 원작의 '식객:김치전쟁'과 음식 재난을 다룬 3D 입체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 장르는 좀 다르지만 관객을 군침나게 유혹한다. 밸런타인 데이를 겨냥한 영화로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발렌타인데이'와 고전적인 미녀와 야수의 사랑을 보여주는 '울프맨'이 과거와 현대라는 상반된 포맷으로 연인들의 눈길을 끈다. 이밖에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극장판-스트롱 월드'가 일본 만화마니아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으며 '유 윌 미스 미'도 감동 드라마로 가족 단위 관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 외화사상 1천만 관객-1천억원 돌파라는 더블 크라운을 달성하며 1천200만 고지까지 넘어선 '아바타'가 설 연휴 얼마나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새로운 적수로 떠오른 '의형제'가 2월 첫주말 13주 만에 한국영화를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놓으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영화 '하모니', '전우치' 등도 관객몰이에 뛰어들 전망이다.
※ 서양신화VS동양고전
■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뉴욕 타임스'지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130주 이상 랭크된 릭 라이던의 인기 판타지 시리즈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리스 신화' 소재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1~2편으로 원작이 가진 판타지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가장 꼭대기에 있는 올림포스 산에 존재하고, 지하 세계의 신들은 할리우드에, 메두사·켄타우로스·히드라 등의 괴물들도 현대의 미국 곳곳에 우리들과 함께 실재하고 있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여기에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책 속의 고대 신화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현대에 부활, 흥미진진하고 스피디한 모험을 펼쳐간다.
■ 공자-춘추전국시대천하통일의 열망으로 혼란에 휩싸였던 춘추전국시대, 눈부신 지혜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천하를 호령하며 노나라의 불안한 정세를 바로 잡고 조국이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지략가' 공자의 활약상을 스펙터클하게 펼쳐낸다.
월드스타 저우룬파가 공자역을 맡았으며, 아카데미 촬영상에 빛나는 '와호장룡'의 촬영감독 '피터 파우', 아카데미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황후화'의 의상 디자이너 '예청만(奚仲文)', '적벽대전'의 각본가 '칸첸', '와호장룡'의 라인프로듀서 '추이 포추', '마지막 황제'의 음악작곡가 '콩슈' 등 아시아와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는 최고의 제작진들이 총 제작비 350억원을 들여 제작한 스페셜 프로젝트다.
※ 한국 전통김치VS미국 패스트푸드
■ 식객:김치전쟁
허영만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지만 원작엔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스핀 오프(spin off·번외편)' 개념의 작품. 100여 가지가 넘는 김치 요리와 그를 둘러싼 대결을 그리며 김치처럼 매일 보아도 늘 보고 싶은 존재인 어머니의 손 맛과 그리움을 담아낸다. 영화 '마더'를 통해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마더의 히든카드'라는 별칭을 얻으며 2009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진구는 이번 영화 '식객:김치전쟁'을 통해 한번도 선보인 적 없던 진솔한 매력을 선보인다. 연기 인생 최초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를 맡게 된 배우 김정은도 연기변신을 시도한다. 영화 '우생순' 이후 활동이 뜸했던 김정은은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천재적 요리사로 분해 김치의 세계화에 도전한다.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1978년 초판 발행이후 30년이 넘는 지금까지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명의 스테디셀러 동화책 원작 애니메이션. 허당 과학자의 지나치게 맛있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발명품 '슈퍼음식복제기' 때문에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면서 생긴 초유의 '음식재난'을 그린 군침 도는 애니 블록버스터.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무엇보다 실사 영화보다 더욱 실감나는 '음식 재난'의 현장을 스크린에 실감나게 담아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햄버거 비, 스파게티 폭풍, 아이스크림 눈 등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새로운 3D 영상 체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 고전적 미녀와 야수VS현대판 선남선녀의 사랑
■ 울프맨1941년 동명 고전을 21세기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탄생시켰다. 제목 그대로 늑대인간을 할리우드 특수효과가 실감나게 보여준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던 귀족 로렌스가 동생이 알 수 없는 괴수에게 살해당하자 아버지(안소니 홉킨스)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 사건을 조사하지만, 그 또한 예상치 못한 괴수의 공격을 받고 점차 늑대인간으로 변하며 마을을 공포로 떨게 만드는 내용의 블록버스터 고전 로맨스물. 로렌스의 죽은 동생의 약혼자이며, 우아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여인 그웬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로렌스에게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강인하고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베네치오 델 토로, 안소니 홉킨스, 에밀리 블런트, 휴고 위빙 등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할리우드 톱 배우들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 발렌타인데이밸런타인 데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로 10살 소년의 첫사랑부터 30대 커플의 관계, 오랜 사랑을 회고하는 노부부 등 다양한 커플이 등장해 사랑을 고민하고 화해한다. 로맨틱 무비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를 필두로 섹시 아이콘 제시카 알바와 제시카 비엘, 앤 헤서웨이, 제니퍼 가너가 선두에 섰다. 남자 출연진도 제이미 폭스와 섹시가이 애쉬튼 커쳐는 물론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로 떠오른 브래들리 쿠퍼, '스파이더맨'의 토퍼 그레이스가 합류하는 등 쟁쟁하다. 인기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페트릭 뎀시, 에릭 데인, '뉴문'의 늑대인간 테일러 로트너까지 할리우드 스타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