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현경 (인천시교육위원회 부의장)
[경인일보=]올 졸업시즌 전국 곳곳서 발생한 소위 막장 졸업 뒤풀이는 결국 '알몸 뒤풀이'라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모습까지 드러내며 온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옛날 졸업식 때도 몇몇 학생들이 밀가루를 뒤집어쓰거나 교복을 찢는 졸업 뒤풀이로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도를 넘어 더욱 폭력화됐다. 이와 같은 현상과 문제들을 몇몇 문제아들의 비행과 일탈로만 보기 힘든 이유는 전국적으로 '반복'되었다는 점과 관련된 아이들 중 일부는 그러한 행동이 '별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요즘 청소년 문화의 한 단면으로 봐야하고, 우리 사회와 특히 교육계는 이런 지경까지 오게된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의 가벼운 일탈은 인류역사에서 어느 정도는 반복되어온 일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온 사회와 문화를 향한 반항이며 자신들이 만들 새로운 사회의 원동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이성을 강조하던 시대에는 청소년의 낭만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막장뒤풀이를 '가벼운 일탈' 정도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는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을 축하하는 방식이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가면서 축하하는 선배들과 졸업하는 후배들 사이에는 자유롭고 인격적인 관계가 아니라 심리적 육체적인 억압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을까. 아이들은 자신의 자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동시에 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대신에 보스(선배)의 명령이나 권력 앞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복종하게 된다. 심지어 이를 답습하며 반복해 나가는 현상은 우리 사회문화와 관련되어 있고 청소년문화 역시 교육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우리교육의 내용과 목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출세를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이를 위해 수능성적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살인적인 교육 과정을 견뎌야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개인의 생각은 무시되며 타인에 대한 배려도 무시되기 쉽다. 학교의 성적이 아이들 평가의 중요한 핵심요소가 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학교성적이 자신의 개성 존중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시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와 교육문화는 다른 사람을 자신과 같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아니라 심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미덕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오직 자신의 강한 힘을 과시하는 독단적 권력관계가 작동하게 만들고 힘 있는 아이들과 힘없는 아이들 사이의 폭력적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선배라는 무언의 권력이 자신의 자존감조차 붕괴시키려고 할 때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정당성과 용기를 가르치고, 남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킬 때 타인의 입장과 고통을 돌아볼 수 있는 배려심을 높이기 위한 인간 교육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