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김혜민기자]천안함 침몰 사흘째를 맞은 28일에도 군 당국은 사고원인에 대해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군이 발표한 사고 상황 등에 대해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천안함 내부문제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군이 발표한 사고지점이 백령도 서남쪽 1.6㎞ 부근 해상이란 점에 대해 실종자들은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지역은 얕은 수역이어서 함선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해양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 실종자 가족은 "침몰지점은 해도상에서 수심이 6~7m로 초계함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라며 "더구나 사고가 난 시각은 수심이 더 낮아 이곳에 함선이 침몰했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두 동강 나 떠내려간 선수 부분이 발견된 곳이 침몰지점에서 6.4㎞ 가량 떨어진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여서 가족들은 "암초가 많은 지역에서 작전을 잘못 수행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28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천안함 침몰 인근해역을 찾은 해군본부 엄모 정책실장(준장)도 "하루만에 사고현장에서 6.4㎞나 이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해군이 밝힌 침몰지점에 대해 같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배가 순식간에 침몰했다는 군측 발표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선박업계 종사자라는 한 실종자 가족은 "1천200t짜리 대형 선박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27일 생존자인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폭발 후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가족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는 것은 천안함이 낡아 수리가 잦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1989년 취역한 사고 함선이 노후화돼 사고가 난 것일 수 있다는 것.

정범구(실종자) 상병의 부모는 "아들이 한 번 출항하면 보름께 후 복귀하는데 수리를 위해 들어온다고 했다"고 말했으며 또다른 가족은 "사고 전에도 수차례 바닥에 물이 스며들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천안함에 승조했던 전역자 박모(35)씨는 "1차 연평해전에 참전한 천안함 후미가 피격으로 크게 파손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해군은 "천안함은 출항 전 선체나 장비 어느 것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