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언론들은 기를 쓰고 예비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귀를 기울여 보도한다. 행여라도 늘 부르짖는 '현명한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천탈락에 맞선 이들의 무소속 출마도 내일이나 모레면 가려져 각 선거의 출마자 숫자도 밝혀진다. 어떻든 지역의 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사상 유례없는 1인 8표제가 시행된다. 1명의 유권자가 붓두껍에 인주를 묻혀 8군데에 기표해야 한다. 우선 정당추천이 아닌 교육감과 교육의원 투표용지에 지역구 도의원, 지역구 시·군의원 선거 순으로 투표용지를 조합하여 선거인이 정당추천과 무관한 교육관련 선거를 먼저 기표하도록 유도했다.
2차 교부시에는 도지사와 시장·군수,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시·군의원 선거 순으로 투표용지를 교부한다. 투표용지 색상은 1차와 2차 모두 백색·연두색·하늘색·계란색 4가지이나 너비를 2가지로 서로 달리하여 유권자가 구분하기 쉽도록 했다. 그러나 투표용지를 구분하기는 쉬울지언정 후보자가 누구인지는 헛갈릴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일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하며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투표 현장에서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사전에 선거공보를 통해 후보의 정당과 이름은 물론, 공약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매일 매일 바쁜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테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아일랜드 시에라리온 등의 국가에서 실시하는 투표용지에 후보의 사진을 넣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2003년 치러진 초대 계룡시의회 의원선거 때는 후보자가 무려 32명에 달했다. 투표용지 길이만 57.5㎝. 당시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와 이름을 찾아 정확히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누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찍어야 하는 현실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이번에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의원 선거를 보자. 1천20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교육의원 선출자는 7개 선거구의 단 7명이다. 어느 선거구는 3~4개 시군을 묶어 인구가 200만 가까이나 된다. 대표성으로 말하자면 자치단체장 3~5명과 국회의원 10명과 맞먹는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교육의원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선거비용도 만만치 않게 되자 후보자 등록만 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다. 코미디가 따로 없는 교육의원 선거다.
이런 저런 분위기 탓에 투표율이 여느 지방선거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돼 선관위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도 투표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쓴다. 어떤 이는 결과가 뻔해 보이는 선거 양상 탓에, 또 어떤 이는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에, 또 공천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권은 정치적 의사표시가 될 수 없다.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민주시민의 기본권리인 참정권을 포기한다면 정치에 더 많은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득표율이 앞으로의 정치지형과 향후 총선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면 더욱 그렇다.
뽑을 사람이 아무리 없다 해도 그 가운데서라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무엇이 나와 내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한다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그릇된 정치를 바로잡는 길이다. 지금의 한 표가 장차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