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하면 포토맥 강변 벚꽃축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수백만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이다.
우리에게는 이보다도 일제 강점기 동안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선열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던 시절, 임시정부 수반이었던 이승만 박사께서 나라를 기리며 아메리칸 대학 구내에 기념식수한 왕벚나무가 성목이 되어 나라의 독립을 되찾은 기쁨처럼 매년 이맘때면 꽃을 활짝 피우고 있어 이곳을 찾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날의 역사를 되새겨 보게 되는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한 곳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제주에서 자란 왕벚나무를 65년 만에 다시 계승하게 된 것이다.
지난 과거 전 세계는 경제력이나 군사력과 같은 힘(hard power)에 의해서 지배하거나 종속되는 질서를 우리는 보아 왔다. 그러나 근세기 접어들면서 세계는 새로운 모습의 질서가 한편에 뿌리내려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힘이다. 전쟁이나 경제력의 힘보다는 문화, 예술과 선진기술 그리고 고유한 자원을 이용해 우리를 상대에 알리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감으로써 국력을 넓혀나가는 것을 일컬어 말하는 것이다.
흐르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채워 나가듯이 문화, 예술 역시 번창한 곳에서 빈곤한 곳으로 전파되게 마련이다. 이는 무력이 아닌 인간의 감성과 지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어느 민족이든 감동, 감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열풍에서 또 세계시장을 휘어잡는 반도체의 기술에서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반면에 한·중 수교 때는 우호의 상징물로 백두산 호랑이를 기증받은 바도 있다. 이들 모두가 상대에게 나를 알리는 촉매역할을 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 고유의 식물자원인 왕벚나무의 원산지에 관해서도 한·일간에는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그러나 그 원산지가 제주도 한라산이라는 것을 국내·외 학자들이 여러 편의 보고서를 통해 밝히고, 한라산에서 자생한 왕벚나무 후계목을 워싱턴에 최초로 만들어지는 코리안 가든에 심도록 기증하게 되어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식물자원을 이용한 외교의 출발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미국 뉴욕항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과 프랑스간의 친목의 상징물로 프랑스에서 제작해 세워졌고, 일본이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수백 개의 일본식 정원을 만들어 문화를 알리는데 정성을 쏟아온 모습들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늦었다고 판단될 때의 시작은 뒷날 또다른 후회를 낳지 않는다.
이제는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지구촌의 시대다. 우리도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후손들이 세계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통해 국력을 확장시켜 나가는데 촉매역할을 하는 소프트 파워의 힘을 키워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