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경기도가 이중삼중으로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의 틀을 혁파할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은 천문학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SW)산업 육성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도를 비롯 공공기관들이 도내 삼성전자 등 제조업과 게임 등 SW기업간의 화학적 융합을 통한 창조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생태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재)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5월28일 오후 2시께 수원 광교테크노밸리내 경기바이오센터 소회의실에서 '경기도 소프트웨어 벨트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었다.

경인일보가 후원한 이날 좌담회에는 이원영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김광훈 경기대 콘텐츠융합소프트웨어 연구센터장과 차현종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사업본부장, 임덕순 경기과학진흥원 전략기획실장, 성영조 경기과학진흥원 연구위원, 하재명 셀리지온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임덕순 전략기획실장=경기도의 지식기반서비스 육성 일환으로 '소프트웨어산업 벨트'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 소재 소프트웨어 벨트 구축을 위한 타당성 연구에서 소프트업체 4천1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지역 이전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정부 지원을 전제로 기업들의 이전 선호지역은 과천(47.5%)과 성남·판교(36.0%), 수원·광교(16.5%) 순으로 나타났다. 이전 희망 기업들은 지하철 이용 용이성 등을 포함한 교통(53%)과 고객접근(14.5%), 저렴한 임대료·분양가격(10.2%)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도내 소프트웨어 벨트는 3개 거점을 중심으로 단계별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게임과 콘텐츠, 모바일 중심의 성남·판교벨트와 대기업과 연계된 BT·의료기기, 제조IT 중심의 수원·광교벨트, 교육과 콘텐츠 중심의 과천 지식정보타운으로 구분된다. 판교를 중심으로 광교와 과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소프트웨어 삼각벨트 완성을 지향한다.

서울이 상암DMC 및 마곡단지 개발을 추진중에 있기 때문에 경기도가 신속한 정책 결정을 통한 시장 선점과 소프트웨어 진흥을 위한 전문지원 기관 설립도 중요하다.

▲ 김광훈 센터장=콘텐츠융합소프트웨어센터 설립을 추진할 당시인 3년 전만 해도 도는 '소프트웨어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소프트산업의 진흥 방안을 논의할 정도의 상황이 되다니 상당히 놀랍다. 기존에는 기업형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개인용 소프트웨어로 산업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차현종 본부장=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한 생태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도내 콘텐츠 시장은 영화와 게임,만화 등을 포함해 6조1천억원 규모. 우리나라 시장중 23%를 차지할 정도다. 800여개 콘텐츠업체로 구성된 콘텐츠기업협의회가 구성, 활동 중에 있어 관련 기업들은 증가 추세다. 앞서 언급된 과천은 기업이 클러스터화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벨트를 보면 성남·판교는 게임을, 부천은 만화 즉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고양은 영상·방송단지로, 파주는 출판단지로 발전해 가고 있다.


▲ 이원영 원장=소프트웨어산업은 경기도내 제조업과 기계적 결합보다는 화학적 융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조업이 강한 도내 산업기반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산업 솔루션으로 구분해서 보는 것은 의미없다. 콘텐츠개발업체와 삼성전자, KT 등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계, 새로운 창조적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 하재명 대표=소프트웨어 기업 및 인력 유치를 위해선 교통 정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소프트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연구원들은 서울을 선호한다. 이들은 우수한 인력인 만큼 쾌적한 정주 여건과 자기계발 가능한 시스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 등이 구비돼야 한다. 요즘 회사내에서 직급이 높을수록 늦게 퇴근하는 풍조가 생길 정도다. SW인력이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서울의 기업이나 인력을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판교 등으로 올 수 있도록 파크형이 아니라 벨트형 모델을 추구해 비즈니스 섹터를 키우고, 분당 등지에 저렴한 값에 주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 문제 때문에 서울이나 분당서 광교로 이전하는 것은 고려치 않는다.

▲ 김 센터장=서울 등지의 SW기업이나 인력 유치도 중요하지만 도에서 신규 기업을 키워내고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등 새로운 SW시장을 만들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모든 책임을 사장이 뒤집어 쓰는 형국이지만 서구 선진국에서는 캐피털이나 영업컨설팅 등이 함께 공동 책임진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IT인력을 서울서 빼가는 등 구하기가 어렵다. 도가 기업하는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교육훈련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SW학과를 학생들이 기피할 정도로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SW인력이 금값임에도 불구, 젊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 이 원장=정부는 20년 전에도 SW가 중요하다고 했으나 하드웨어 부분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SW인력이 10만명 정도 되는데 정부는 향후 30만명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만큼 20만명의 인력시장을 도로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SW산업정책이 현재 적절한지 의문을 가질 정도다. SW분야에서 만큼은 정부정책이 변곡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 임 실장=최근 아이폰 열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아이폰은 기존의 여러 상품 혹은 기술을 결합시킨 것에 불과하다. 애플은 앞으로 TV나 자동차 등을 만들 것이다. 이 분야의 개별 기술은 삼성 등 우리나라가 더욱 강점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언제까지 미국 등을 계속 쫓아만 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구글은 찾는 기능, 즉 서치(Search)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철학을 갖고 있다. 기업철학을 세워서 집중할 수 있는 생태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

▲ 하 대표=삼성이 기술 측면에선 애플을 압도한다. 하지만 사업화하는 아이디어 및 시장 선점 능력은 애플에 압도당한다. 알다시피 아이폰은 기존 기술의 조합에 불과하지 않은가. 특히 외국에선 우리나라 기업의 SW기술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존재한다. 해외 영업마케팅 능력도 떨어진다. 이는 개별 기업에게만 맡겨놔서는 안된다. SW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핵심 코어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를 대기업이 인수하고 키우는 문화가 없는 것도 문제다.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획득을 위해서 SW기업의 대형화도 필요하다.

▲ 김 센터장=경기도는 규제 때문에 발전을 못하고 있다고 성토하기 보다는 규제를 받지 않는 SW기업을 유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삼아야 한다. 경기도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법·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공무원이 모바일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등 SW산업을 육성키 위해 노력할 때 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 것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SW에 대한 수요가 존재할 때 기업들이 먹고 살 수 있다고 판단, 경기도로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 이 원장=삼성 등의 제조업체와 SW업체간 화학적인 융합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방정부는 특정 산업의 배치, 즉 공간계획에 강점이 있다. 중앙정부쪽 주문사항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서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