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 (논설위원)
[경인일보=]시험이 여주군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등극한 군수가 승진을 앞둔 사무관에게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의 역사가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는 인사적체로 오랫동안 승진기회가 없었던 많은 공무원의 기회 박탈을 우려하고 있다. 사기가 꺾인다는 걱정도 한다. 퇴직을 3~5년 앞둔 공무원들은 "군수의 뜻은 이해하지만 갑작스럽게 치른 시험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인사 편법"이라며 "승진 후보자 중 일부 직원은 소송 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찬성쪽은 소신과 열정이 반영된 인사로 신선하다는 평가다. 담당업무뿐 아니라 여주의 미래를 생각하며 소신있게 일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상책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인사가 연공서열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면 일에 대한 열정도 지역을 알려는 노력도 부족할 수 있고, 그러면 발전이 더디게 된다는 발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를 아울러 생각해 보면 오래 근무한 어른들의 경험 및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 온 공직자를 발탁하려는 묘수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시험점수 50%에 연공서열·근무평정 50%면, 시험점수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이 더해져 승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듯해서다.

시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과는 차이가 있겠으나, 전근대 시대에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관리로 채용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 과거(科擧)다. 문헌에는 신라 원성왕 4년인 788년에 실시한 독서삼품과가 과거제도의 시초로 돼 있다. 당시는 시험에 합격한 인재라도 전원 관리로 채용되지는 못하고 보조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점차 관리채용 제도가 보완 정비되면서, 중국에서는 수(隋)나라 때 본격적인 과거제가 운영됐다. 우리 나라는 고려 광종 9년(958)에 후주의 귀화인 쌍기(雙冀)의 건의에 따라 당나라 제도를 참고해 실시, 많은 인재를 과거를 통해 선발했다.

과거는 객관적이면서도 공평하게 인재를 뽑기 위한 최적의 제도로 여겨져 왔고 오늘날 시험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혈연적·정치적 편파성이 강했던 인재 등용의 관행을 탈피해 보다 공정하게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를 찾고 있다. 물론 모든 과거가 완벽하게 운영된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상류층에 특혜를 주는 음서제(蔭敍制)를 병행하기도 했다. 현재에 와서는 시험지 누출 등 부정적인 요인도 있기는 하나 인재를 선발하고, 상급학교 진학하는 등의 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여주군의 이번 시험은 전근대의 과거제도와 현재의 국가고시 등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연공서열을 우대시해 승진을 하던 지난 인사와도 생소하다. 그러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지역을 많이 바로 알아 공무수행에 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부연하면 시험은 정당한 절차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갑작스럽긴 하다. 그러나 군수의 말처럼 여주에서 25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했으면 여주를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 까. 굳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사정쯤이야 꿰차야 공복이란 말이 어울린다. 인사는 군민의 복지와 지역의 발전에 맞춰져 있어야 하며, 공무원의 영달 또한 개인이 아닌 군민과 지역에서 찾는 것이 맞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 강영우 박사는 저서 '도전과 기회, 3C혁명'에서 3C형 인간을 강조했다. 실력(Competence)·인격(Character)·헌신(Commitment) 세 가지다. 실력은 기본이다. 인격은 가치교육에 달려 있다. 헌신은 학습된다. 또한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다. 여주군수의 이번 조치가 찬·반으로 갈려 소비적인 공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준비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공무원 자신도 지역도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