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외교통상부의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문을 지켜보았던 국민들은 이런 일이 외교통상부에 국한된 사안인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경인일보의 긴급취재 결과 지방정부, 특히 감시의 눈길이 소홀하고 행정시스템이 허술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특채의혹이 줄줄이 드러났다. 특채의 방식과 절차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기초지방자치단체 고위직 인사들의 친인척이 산하단체에 대거 입사한 현황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부천시의 사례를 보자. 산하기관인 부천시시설관리공단은 전 시장이 선거출마를 위해 사직한 다음날 8명이 서류 및 면접 전형없이 한꺼번에 입사했다. 한날 한시에 떼거리로 입사한 배경은 계속 따져봐야겠지만 정당한 전형절차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기가 막히다. 이와 별도로 공단에는 이미 전 시장의 조카와 전 국회의원의 조카도 근무중이라 한다. 결론적으로 부천시시설관리공단 직원들 중 공채보다 특채 직원이 더 많은 실정이다.

성남시도 마찬가지다. 시설관리공단에 전 시의원의 딸, 전 국장의 딸 등이 근무중이다. 성남문화재단에는 현 시의원의 아들과 며느리가, 성남산업진흥재단에는 현 성남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딸이 근무중이다. 한때 성남시의회에서 특채 문제가 거론됐지만 감사로 이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광주시 출자 공기업인 광주지방공사에도 전 시의원들의 자녀 5명과 전 시장의 사위가 근무하고 있다. 취재망에 걸린 오산시·의정부시·하남시에서도 같은 맥락의 특채 현황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취재망에서 벗어난 다른 시·군들이 이 같은 특채 현황에서 자유로울지 의심스럽다.

기초자치단체의 장은 절대적인 인사권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단체장이 바뀌면 살생부가 나돌아 시·군 행정전체를 뒤집어 놓기 일쑤다. 반면에 기초자치단체의 인사채용 시스템은 허술하고 감시의 눈길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따라서 단체장의 인사권력이 특혜의 형태로 왜곡되기 쉬운 구조다. 경인일보 취재로 드러난 시·군 산하기관에 특채된 지역 권력자들의 친인척 현황은 그냥 넘기기엔 너무 심각하다. 특채의 방식과 절차의 정당성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일자리를 못잡은 청년들이 부지기수인 마당에, 크고 작은 권력을 이용해 손쉽게 일자리를 차지하는 행태를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공정사회가 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