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신창윤기자]'불모지에서 화려한 꽃을 피운 태극소녀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컵을 차지한 태극소녀들은 말 그대로 불모지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세대가 됐다.

지난달 막을 내린 U-20 FIFA 여자월드컵에서 '언니'들이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달성하자 이번에는 '막내'들이 월드컵을 들어올리며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썼다. 국내에 여자 축구 선수로 등록된 1천450명(8월 기준) 가운데 고등부 선수로 등록된 345명의 선수가 고작인 한국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기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 축구 기본기를 다진 세대

U-20 여자 대표팀이 지난달 U-20 여자월드컵에서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자 팬들의 인식은 '재미없는 여자 축구에서 한번 볼 만한 축구'로 관심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 이번에는 U-17 여자 대표팀이 결승 진출과 더불어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하는 역사를 일궈냈다.

U-20 여자월드컵에 나섰던 태극낭자들과 마찬가지로 U-17의 태극소녀들도 역시 기존 선배들과 출발부터 달랐다. 초창기 여자 축구 선배들이 다른 종목에서 전향해 축구를 시작했다면 이번 선수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로 입문,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다져진 '순수 축구 재목감'들이다.

■ 집중투자가 이뤄낸 결실

한국 여자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일본, 호주에 밀리면서 역대 여자 월드컵에 단 한 차례(2003년 미국)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U-20 여자월드컵 역시 2004년 대회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출전이었다. 그러나 한국 여자 축구는 U-17 여자대표팀이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기량을 인정받았고 이번 U-17 여자월드컵까지 제패하면서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여자 축구는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 토토컵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던 2001년부터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창단되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더불어 여자대표팀이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본선에 첫 출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 현실은 아직도 냉혹

8월 말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축구팀은 실업 7개를 비롯해 초(18개), 중(17개), 고(16개), 대학(6개), 유소년 클럽 1개 팀 등 모두 65개 팀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유일하게 패배를 맛봤던 독일은 등록 선수가 105만명을 넘고 성인 팀만 5천개를 넘는 현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이제 소수 엘리트 선수들의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로 승부를 내는 시대를 벗어나 클럽 축구 시스템의 조기 정착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