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치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 부평역광장 무료급식소 식단에 처음으로 '배추김치'가 사라지고 다소 가격이 싼 '열무김치'로 바뀌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경인일보=이현준기자]30일 오전 11시50분께 경인전철 부평역 광장에선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가 마련한 무료급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곳을 찾은 노인들은 천막 아래서 조금은 특별한 '한 끼'를 먹고 있었다. 반찬은 육개장과 연두부, 김, 열무김치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배추김치'가 '열무김치'로 바뀐 것이다.

그동겨 나눔운동본부 측에 배추김치를 지원해오던 김치공장은 '배추가격이 너무 올라 힘들다'며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로 공급하겠다는 뜻을 최근 전해온 탓이다.

급식을 진행한 1년여 동안 이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운동본부 관계자의 설명. 10월부터는 아예 김치후원이 끊긴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즐겨 드시는 반찬을 안드릴 수도 없고, 후원은 끊긴 상황이라 당분간은 직접 김치를 담가 제공할 생각"이라며 "김장철이 되면, 그나마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배추 등 밑반찬으로 활용되는 각종 채소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무료급식소의 '한숨'도 늘고 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 29일 배추(10㎏·3포기)의 평균가격은 1만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25% 올랐다.

무(20㎏)는 2만5천원 가량으로 245%, 대파(1㎏·한 단)는 3천200원 가량으로 313%씩 각각 인상됐다.

이 때문에 후원 등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일부 무료급식소는 채소를 덜쓰는 쪽으로 식단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인 대상 무료급식을 진행하는 부평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채소를 줄이고 묵이나 생선류 등으로 식단을 바꾸고, 젓갈류 같은 것도 식단에 넣고 있다"며 "급식 운영에 쓸 금액이 정해져 있는 만큼, 앞으로도 예산 내에서 식단을 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채소 가격이 올라도 그대로 지급해 왔는데, 인상된 가격이 지속될 경우, 반찬을 4찬에서 3찬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산농산물시장 관계자는 "태풍과 냉해, 집중호우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며 "60일 배추가 나오는 11월초 쯤이면 지금보다는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지난해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