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사진 오른쪽) 성남시장이 지난 8일 탄천길로 출근하면서 시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시정에 반영할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성남/추성남기자 reporchu@kyeongin.com

[경인일보=성남/배상록·추성남기자]이재명 성남시장은 요즘 새벽 걷기에 푹 빠져 있다. 빡빡한 일정속 건강 챙기기에도 그만이려니와 시민들과 격의없이 마주치는 재미가 더없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분당 수내동 집을 나서 탄천변을 따라 걷는 그의 출근길은 약 6㎞가량. 1시간이면 족할 거리지만 시민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보통 2시간을 넘기기 일쑤고, 침수지역이나 판교, 구시가지 등 민원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가 도보 출근을 고집해 온 이유는 바로 '소통'. '초보시장'으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해 보자는 뜻에서다.

처음 평상복 차림으로 나선 출근길의 시장을 알아보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지못해 말대꾸를 하거나 따끔한 질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100여일이 지나면서 이젠 먼 발치서 먼저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주는 시민들의 모습이 부쩍 늘었고, 시정 전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이 시장의 대응도 빨라졌다. 운동공간과 샤워시설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이어지자 청사내 공무원 체력단련장을 개방하는 순발력을 보이기도 했다.

출근길에서 시작된 그의 소통 노력은 트위터로 이어졌다. 지난달 개설한 그의 트위터는 불과 한 달여 만에 2천명에 달하는 팔로어가 확보될 만큼 호응을 얻었다. 공무원과 차등을 둔 구내식당의 일반인 밥값을 내리도록 한 것도 트위터 덕분이다.

시장-시민 간 '직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래저래 피곤해진 건 공무원들. 이 시장은 공무원을 '중간유통'으로 표현하며, 시민들의 시정 참여에 공무원들의 적극적이고 낮은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구청과 동에 배정된 포괄사업비를 내년부터 2배가량 늘리도록 조치한 것도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곧바로 대응해야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취임 100일을 맞아 시장으로 가장 잘한 일을 한 가지만 말해 달라는 주문에 이 시장은 주저없이 '재정 건전화 노력'을 꼽았다. "시장의 잘못된 정책판단 하나가 얼마나 시민들의 생활에 고통을 주게 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위기의 재정을 바로잡기 위해 지체없이 예산 삭감과 재정확보 노력에 나선 건 불행 중 다행이라 자부하고 싶습니다."

그는 다만,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불유예 선언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상기시키며 "시민들께 시정을 알려드리는 과정에서 표현을 세련되게 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를 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자책했다. 재야시절, 인권변호사 시절 몸에 뱄을 법한 선명성 추구, 직설적 성향에 대해 조심하고, 자성하고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