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쩡한 이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청년이 4년간 392명에 달한다는 것이 병무청의 통계다. 정확한 병명은 '치아 저작기능'(음식물 씹는 기능) 장애로 등급은 상태에 따라 4급에서 5급까지다. 현역 입영 대상인 1, 2급 판정을 받았다가 재검후 4급 보충역(공익근무)으로 감면을 받은 자가 237명, 5급 제2국민역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자는 64명, 신체등급 3급에서 4급과 5급으로 병역이 감면된 이는 각각 73명과 18명이다.
이빨에도 점수가 있다. 씹는 기능에 따라 달리한다. 대구치(큰 어금니)는 6점으로 가장 높아 12개중 7개가 손실되면 4급, 8개가 손실됐을 땐 5급 처분을 받는다. 이들이 뽑아내야 했던 이빨의 수로 봐서 보통사람으로서는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기인(奇人)의 처사다.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그 후 진로에 대한 애매성이 얼마나 컸으면, 살갗 깊숙이 박혀 있는 뿌리를 도려냈을까. 하지만 동정심보다 행위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
우리나라는 모병을 채택하고 있다. 신체 건강한 청년이면 한번은 경험해야 하는 외길이다. 그 길을 외면하거나 편한 보직을 찾다 보면-특정인에 의해 예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무리 수를 두게 돼 심하면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게 된다. 세계가 한국의 전통사상인 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거기에 답이 있어서다. 인간에 대한 가치와 국가관이 그 안에 응축돼 있다. 곱씹어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