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기자]24일 오후 2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가천의대길병원 응급의료센터. 북한군의 포격으로 이마에 열상을 입은 연평도 주민 변진식(66)씨의 딸(41)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위로했다. 그 순간, 기력을 잃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딸은 "아빠, 이제는 괜찮아"라며 휴지로 아버지의 눈물을 닦았다.
포격 당시 변씨는 연평도에 있는 산에서 묘목을 심고 있었다. 그는 갑작스런 폭발에 놀라 땅 위에 납작 엎드렸으나 파편은 피하지 못했다. 변씨는 이마부위에 2~3㎝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그는 "60여발 정도의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며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길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박명훈(42)씨는 건설중장비 운전사다. 연평도 군부대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포탄 폭음에 고막을 다쳤다. 의료진은 뇌진탕도 의심된다고 했다. 박씨는 "방공호로 대피하는 도중에 인근에서 포탄이 터졌다"며 "귀에서 피가 났고, 지금도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박씨의 아내 김영미(41)씨는 남편 걱정에 어제부터 잠을 못 잤다. 김씨는 "다음주 화요일이면 연평도에서 나오기로 했는데… 며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조순옥(77·여)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조씨는 "뒷집에 포탄이 떨어졌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며 "혼자 마당에 쓰러져 있는데, 순경이 나를 방공호로 끌고 들어갔다"고 했다.
가천의대길병원 양혁준(응급의학과) 교수는 "외상보다는 연평도 현장 상황으로 심리적 손상이 크다"며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날 길병원은 연평도에서 이송된 민간인 환자 6명을 진료했으며 전날에는 전문의와 응급구조사들로 구성된 의료진을 연평도에 급파했다.
부상자·가족 인터뷰… "이마에 파편", "대피중 포탄" 아찔
입력 2010-11-2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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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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