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연평도에 대한 해안포 기습 포격 하루 뒤인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의 한 주택이 포격으로 인해 완파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연평도 해병대 관사 신축공사현장에서 민간인 인부 2명이 숨진 채 발견돼 이번 포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현지에서는 포격으로 끊어진 전기와 통신 설비를 복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인천시 제공

[경인일보=김도현·김명래기자]북한의 포격 다음날인 24일 외지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연평도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포격이 멈추고 12시간이 지난 이날 새벽 2시까지도 산에는 벌겋게 불이 붙어있고, 곳곳에선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화재로 발생한 냄새는 코를 찔렀다.

북한 포격의 위력은 두꺼운 콘크리트에 구멍을 낼 정도였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파된 주택 곳곳에는 탄피가 나뒹굴었다. 허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채 주인을 잃은 옷가지와 가재도구만이 이곳이 누군가의 보금자리였음을 말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김장을 하려고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김장을 담그다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황급히 몸을 숨기는 모습이 연상됐다.

무차별 포격은 의료시설도 비껴가지 않았다. 포탄을 맞은 연평보건지소 뒤편 약품창고의 바닥은 포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진료실 내부도 집기와 의약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의사들이 입는 흰 가운도 포격의 충격으로 날아가 창문틀에 걸려 있었다. 포격 당시 누군가 진료를 받고 있었는지, 진료실 책상 위에는 선홍색 혈흔이 선명한 거즈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날 새벽 송영길 인천시장 일행 등과 함께 연평도에 도착한 원지영(38·옹진군청)씨는 "동네를 돌아봤는데 가옥 99% 가량이 피해를 본 것 같다. 유리창은 거의 예외없이 깨져 있다. 지붕이 무너지거나 불에 타고, 반파된 집이 대부분이다. 동네에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연평도에 거주하는 1천7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은 전날 저녁부터 어선과 해군 및 해경 함정 등을 이용해 섬을 탈출했다. 전날 미처 섬을 빠져나가지 못한 주민 100여명은 이날 해가 뜨기 전부터 선착장으로 몰려 나와 연평도를 빠져나갈 배를 기다렸다.

연평도 피해 현장을 영상에 담은 나명용(43·인천시청)씨는 "선착장에서 배를 탈때, 승무원이 승선 순서를 정하는 것을 봤다. 어르신, 노약자, 어린이 등을 먼저 배에 태웠다. 엄마를 선착장에 두고 먼저 떠나는 어린 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를 못 탄 주민들은 면사무소에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섬에 잔류키로 한 주민들도 면사무소 등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평면사무소 한 편에 임시 진료소를 차린 뒤 의료지원에 나선 인하대 조진성 교수는 "주민들의 경우 나이가 많아 두근거림과 불안감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에서 눈에 띈 군인들은 방탄 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쓴 완전무장 상태였다. 표정은 덤덤해 보였으며, 민간인과의 대화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연평도를 찾았던 이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