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사업 중심으로 우뚝 선 '송도 7공구'국내 1위의 글로벌 기업 삼성이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바이오 신약 사업의 최적지로 선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7공구 건설 현장. 송도 갯벌타워에서 바라본 삼성 바이오의약품 회사가 들어설 부지.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김명래기자]삼성은 차세대 바이오 신약 사업 대상지로 인천을 선택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리한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내세웠다. 삼성의 투자 결정으로 인천은 바이오 산업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위축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유치 활성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장기적으로 인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왜 인천인가? = 삼성은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지구를 사업부지로 선정한 이유로 입지조건을 강조했다. 삼성은 "생산 제품 대부분이 해외수출용이고, 냉장·냉동 항공 물류가 필요한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송도에서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까지는 인천대교로 가면 20~25분이다. 또 인천국제공항 주변 자유무역지대에는 246만7천㎡의 공항물류단지가 계획돼 있고, 현재 1단계(99만2천㎡)가 운영 중에 있다. 현재 1단계 공항물류단지 계약사 중에서는 삼성전자로지텍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공항과 가깝고 국제적 수준의 물류지원 기능을 갖춘 곳은 우리나라에서 인천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삼성은 또 "해외 제약업체들의 입·출국과 외국인 임직원들의 주거가 편리하다"고 입지 선정 이유를 밝혔다. 송도지구는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중 개발 진척도가 가장 앞서 있는 지역이다. 고품격 주거단지, 호텔, 공원, 외국인 학교 등 관련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바이오산업 집적도가 우수한 점도 삼성이 송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송도에 입주한 바이오 관련 기업, 대학, 연구원 등과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는 점이 인천의 큰 장점이다.

삼성은 타 지역에서 '부지 무상 제공', '현금 수백억원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인천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는 관련 법규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 FDI(외국인직접투자) 기준으로 2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법인에 50년간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할 수 있다. 만약 합작회사가 토지를 매입하려고 할 경우에는 조성원가로 공급된다. 송도 5공구의 조성원가는 3.3㎡당 159만원이다. 토지관련 계약은 오는 4월 체결될 예정이다.

■ '삼성효과' 어디까지? = 오홍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은 삼성 진출의 의미에 대해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인천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바이오 클러스터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고, 다른 국내외 기업 투자유치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오홍식 차장은 "외국에 나가 투자유치를 할 때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인천에 삼성이 들어와 있나'였다"며 "송도에 삼성 간판이 걸린 것 자체가 침체된 송도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송도 진출이 침체된 연구·주거 복합 부동산 시장에도 활력을 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지식산업센터인 송도스마트밸리 사업시행자인 BRC(주)는 삼성의 송도 진출이 확정된 뒤부터 "세계 굴지의 대기업, 삼성의 송도 입성으로 인해 인접한 송도스마트밸리에서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삼성 수요를 독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송도스마트밸리와 유사하게 교육·연구, 비즈니스 복합 시설 구축을 표방하는 송도사이언스빌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목소리가 있다.

■ 삼성 '인천 그랜드 비전' 있나? = 삼성이 바이오 신약 부문 외에도 인천에서 다양한 신성장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실제 삼성측은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뛰어난 확장성을 갖췄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송도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2002년 인천을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천시와 협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으로 있다가 2000~2005년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지낸 이인석 인천대 인천학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당시 삼성이 대북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인천 송도, 경기도 김포, 일산, 파주 등을 포괄하는 수천만평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스스로 포기한 적이 있었다"며 "삼성이 제조업 분야에서는 국내 1등이었지만 개발사업 분야에서는 현대, 포스코 등에 밀렸다"고 말했다.

삼성의 송도 5공구 진출은 현재 매립이 진행중인 송도 11공구로의 확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말도 있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사업 외에도 '제약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 다이오드', '의료기기' 사업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