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연평도/임승재기자]인천 연평도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작년 11월, 북한의 포격 당시 겪은 정신적 충격과 공포심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불면증과 우울증, 기억력 저하, 소화장애 등의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가천의대길병원이 의료봉사 활동을 벌인 지난 8일 오후 2시 옹진군 연평면 임시보건지소. 정신과 상담을 받은 김종녀(72·여)씨는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벌렁벌렁 뛸 때가 많다"며 "잠을 깊게 못 자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토로했다. 김종규(76)씨는 상담 후 불안증, 불면증,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그는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하고, 하다못해 설거지 하다 그릇이 떨어져 '탕'하는 작은 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털어놨다. 그를 검진한 주선식 길병원 정신과 전공의는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트라우마)'로 보인다"며 "포격 당시 상황이 자꾸 떠올라 불안감을 느끼고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했다.
10년 전 우울증으로 3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임경희(51·여)씨도 "포격 이후 속이 메슥거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다시 우울증 약을 먹고 있는데 금방 지치고 피곤함을 느낀다"고 했다.
포격 직후 길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박진식(67)씨도 보건지소를 찾았다. 그는 "화를 잘 내고 작은 소리에 놀라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경우가 있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인 주민은 8~9일 이틀간 정신과 검진을 받은 전체 37명 가운데 13명(약 35%)이나 됐다.
문제는 고령의 섬 지역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육지에 있는 병원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봉사단장인 길병원 '외상심리지원센터' 조성진(정신과 전문의)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예상 외로 많았고, 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됐다가 다시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며 "환자들이 꾸준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평주민 '포격 트라우마'에 잠못든다
가천의대길병원 정신과검진 봉사 37명중 13명 달해… 불면증·우울증·기억력 저하 호소… 정부지원 절실
입력 2011-04-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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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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