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 (수원대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이명박정부 서민정책의 대표 아이콘인 로또아파트가 사라질 예정이다. 국토해양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반값아파트가 예상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용지가격을 주변시세의 80~85%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민간 보금자리주택의 추가도 이채롭다. 이변이 없는 한 국회통과가 예상되어 당장 내년부터 효력을 발할 전망이다.

올해 초 청약을 마감한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시세(3.3㎡당 2천만~2천500만원)의 46~42%에 공급되어 극소수의 당첨자들은 대박행운을 얻었었다. 반면에 수도권 대부분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80~90%인 점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2009년 8월 27일 이 대통령의 "시세의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언이 불과 2년 반 만에 식언(食言)이 된 것이다.

백척간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총부채가 125조원에 이르는 터에 하루 이자비용만 1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빚을 내어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주문한 올해 목표 18만호를 짓는 데 20조원이 필요하단다. 오죽했으면 지난 2월 27일에 개최된 국토해양부 LH 합동워크숍에서 직속상관(?) 정종환 장관의 압박에 이지송 LH 사장이 무려 5시간 동안이나 침묵으로 저항했을까.

이유는 또 있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의 그린벨트 약 100㎢를 해제하고 정부예산 120조원을 투입, 향후 10년간 전국에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건설해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로 하고 조기실현에 '올인'했던 것이다. 2009년 10월에 최초로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MB정부 3년간 보금자리주택 31만 가구가 승인되었다. 그러나 대기수요 증가에 따른 주택매매거래 침체 및 민간주택 공급량 급감이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전문가들은 반값아파트가 민간주택시장을 위축시킨다며 목청을 높였으나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은 청약저축통장을 가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청약 예부금통장을 활용하는 민간분양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었다. 덕분에 뉴타운사업도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반값아파트정책은 전세난에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해 4월 모 언론기관이 전국의 성인 남녀 2천1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장차 보금자리주택 청약대기 내지는 집값하락을 예상해 주택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헐값 아파트 공급에 주력한 나머지 서민대상 임대주택 건설에 소홀히 한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계획의 경우 2008~2018년 사이 보금자리주택은 150만 가구를 공급하는 반면에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은 80만 가구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의 임대주택 공급실적 46만6천여 가구와 대조적이다. 양극화가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었다.

그 동안 정부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부동산대책을 펴는 한편 집값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진력했으나 결과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세난만 가중시켰다. 그 와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점증해서 가계대출 800조원의 절반에 육박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세계 최고수준인 160%에 근접하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 반값아파트를 없애 민간건설경기를 부추기려는 정부의 고민은 이해된다. 그러나 앞으로 서민들의 보금자리주택 수요가 정부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지는 의문이다. 강남족(?)의 꿈을 접어야 하는 서민들의 실망감은 고사하고 벌써부터 경기도 하남 미사, 시흥 은계, 인천 구월지구 주민들은 주변시세보다 높다며 불만인 실정이니 말이다.

조령모개(朝令暮改)식 반값아파트정책에 실망이 크다. "MB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철학이나 비전에 바탕을 둔 일관된 흐름을 찾기 어렵다"는 손재영 건국대 교수의 지적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