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 삼성바이오로직스(주) 투자협약식'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경인일보=김명호기자]'삼성의 바이오제약 산업, 속도전이 놀랍다'.

삼성이 인천 송도에 바이오제약 산업 진출을 선언한 뒤 2개월여 만에 인천시와 28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다음달 27일에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플랜트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공장 설계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내부에서도 바이오제약과 같은 신사업이 이처럼 신속하게 진행된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 측이 이 사업에 얼마만큼 사활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시도 삼성의 이런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반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시의 이번 투자협약 체결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 시 안팎의 평가다.

■ 삼성의 바이오신약 사업 속도전

인천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음달 27일 사업 부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 5공구)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플랜트 기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이 공장의 조기 준공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완공 시점을 6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얘기다. 삼성물산이 만든 인천대교도 이런 방식으로 준공됐다.

완공 시점은 2012년 말로 예정됐다. 이후 2013년 1월 시운전을 거쳐 4월부터는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다봤다.

삼성 측은 이미 해외 제약사 등을 상대로 제품 생산을 위한 수주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 1년 전에 제품 생산 수주를 완료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게 삼성 측의 방침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삼성에서 이렇게 스피디하게 사업이 진행된 적이 없다"라며 "착공에서 준공까지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유럽시장 공략 준비

삼성 측이 바이오제약 산업에 이렇게 속도를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오는 2013년부터 유럽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유럽은 항체치료제 세계 최대 시장이다.

2013년 유럽에서는 항암치료제 리툭산의 특허가 만료된다. 특허가 만료된 제품을 복제해 팔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리툭산은 제넨텍이 개발한 항체바이오 의약품으로 연간 매출이 56억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미국에서도 오는 2015년 이 제품에 대한 특허가 만료된다.

이 밖에 유방암 항체치료제 허셉틴의 유럽지역 특허는 2014년, 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는 2015년에 끝난다. 허셉틴의 연간 시장규모는 49억달러, 레미케이드는 59억달러다.

특히 유럽지역은 암치료와 관련한 항체치료제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 암 치료용 항체치료제 시장은 유럽이 전체 시장의 51%, 미국 28%, 일본 10%, 나머지 나라가 11%를 차지하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특정 항원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덜하다. 그리고 암과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주로 쓰인다.

삼성이 2013년부터 송도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 것도 세계 의약품 시장의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인천에 본사 계획… 고급인력 지역서 수급"

김태한(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이 회사 본사를 인천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에서 고급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는 말도 했다.

28일 인천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김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삼성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이렇게 스피디하게 진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라며 "생산시설을 조기 완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인천에 만들기로 했다"라며 "바이오제약 사업 특성상 고급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만큼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수급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김 대표이사는 "이미 바이오제약 분야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대학 졸업생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라며 "인천시와 인력채용 부분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인천 송도를 바이오제약산업 진출지로 선택한 것과 관련해서는 "바이오제약 산업은 원료 구입에서부터 수출, 인력 수급 등이 모두 항공편으로 이뤄진다"라며 "송도는 인천공항과 가깝고 서울과도 지근거리에 있어 바이오제약 산업 부지로 국내에서는 최적지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암이나 관절염 치료제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분야"라며 "이런 사업을 인천에서 시작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