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한국 대학생 촛불 시위를 지난 11일자 중국 신문들은 '주꽝지후이(燭光集會)'라고 썼다. '촉광'은 한국어로는 촛불을 뜻하지만 중국에선 100W, 200W의 candle power를 가리킨다. 반값 등록금을 '반가학비(半價學費)' 여당을 '집정당(執政黨)' 야당을 '반대당(反對黨)'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집정당에 '뚜이시엔(兌現)' 승낙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兌現(태현)'이란 '약속을 실행하다, 어음 따위를 현금으로 결제하다'는 뜻으로 '반값 등록금 약속어음을 어서 결제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신문들은 '촛불'이라는 말을 일절 쓰지 않고 '학비 반액을 외치는 학생들이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절규했다'고 했다. 그들이 촛불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요즘 일본에선 촛불 진혼제(鎭魂祭)가 지진 피재지(被災地) 곳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쓰나미로 학교 건물이 쓸려가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 오카와(大川)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쓰고 있는 이이노가와(飯野川)초등학생들은 11일 밤 전체 학생의 70%인 100명의 희생자를 위한 600자루의 촛불 진혼제를 올렸다. 학우들의 명복을 빌고 남겨진 소수 학생이나마 힘을 내자는 뜻이었다.

촛불이란 결혼식, 장례식, 진혼제, 추도식 등 엄숙하고도 신성한 의식에 쓰였다. 성모마리아의 순결을 기리는 가톨릭 축제일인 candlemas(聖燭節)와 불교의 제등행렬, 브라질 최대의 종교축제인 '나사렛의 촛불' 행사, 이스라엘의 촛불 축제 '하누카' 등이 모두 그렇다. 종악장에서 한 명씩 보면대(譜面臺)의 촛불을 끄고 퇴장하는 하이든의 45번 '고별 교향곡'과 1960년대 유대인 농부의 애환을 그린 노먼 주이슨(Jewison) 감독의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리니스트' 그 환상적인 밤 결혼식의 촛불 든 하객의 축하 장면도 마찬가지다. 홍콩 시민 8천여 명이 2005년 1월 21일 밤 밝힌 촛불의 뜻도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추모제였다. 쇠고기 수입 반대나 '타도 정부'를 외치는 도구로 쓰이는 촛불이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