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끔찍한 현장
27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구급대원들이 매몰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발명동아리, 초교 과학체험 봉사후 잠자다 慘變
잔해물·토사에 휩쓸린 학생들 "살려달라" 비명
"기상청 빗나간 강수량예측 피해 키웠다" 지적도


27일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하대학교 학생 10명 등 13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인하대 학생들은 지난 25일 3박4일 일정으로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고, 흙더미가 인하대생 숙소를 덮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가 더 늘 가능성도 있다.

■ 물 먹은 흙더미, 인하대생을 삼키다=무려 39명의 사상자가 난 최악의 산사태는 이날 오전 0시8분께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과학체험 봉사활동에 나선 인하대 학생 등 펜션 투숙객 등 46명이 매몰돼 인하대 학생 성명준(20)씨 등 13명이 숨지고, 김현빈(20)씨 등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다친 사람들은 강원대병원 등에서 치료중이다. 이중 인하대 학생 일부는 부모의 희망에 따라 인천과 경기도 부천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최초 신고자인 최모(33·춘천·회사원)씨는 "퇴근길 차량 운행중 집 한 채가 흙에 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인하대 학생들은 '아이디어뱅크' 동아리 소속으로, 지난 25일부터 춘천의 한 초교에서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27일 새벽 산사태로 토사에 파묻혔다.

인하대 학생 이모(27)씨는 "펜션 2층에서 잠을 자던 중 '으르릉'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계단이 모두 흙에 잠겨 갇혀 있다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펜션에 있던 김모(57·회사원)씨는 "흙더미와 건물 잔해물 등을 피해 도로쪽에 피신한 사이 대학생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이 이어지고 토사도 계속 흘러내리는 등 참혹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소방서, 경찰, 군부대 등 750여명의 구조대는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던 펜션을 중심으로 매몰자 구조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토사와 밤새 계속된 폭우로 구조작업이 한때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참사 소식을 접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이광준 춘천시장은 사고 현장을 방문해 구조 상황을 지휘했다.

경찰은 일단 집중호우로 물을 머금은 토사가 미끄러지면서 펜션 등을 덮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송시장 분향 송영길 인천시장이 27일 오후 인하대 본관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 최악의 참사 막을 수 없었나?=빗나간 강수량 예측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춘천지역은 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오후 4시30분 현재까지 277.5㎜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춘천의 경우, 지난 26일 오후 11시부터 27일 0시 사이 시간당 최고 46.5㎜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지난 26일 오후까지만 해도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밤부터 내일(27일) 새벽 사이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 최고 15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1시간 전, 인하대 학생들이 묵고 있는 펜션 인근 가옥 등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 재난대책본부는 지난 26일 오후 10시부터 집중호우에 따른 비상근무에 나섰으나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산사태 경보나 주민 대피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