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기력없는 노인, 당연하다고?
노인 우울증은 초기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노년기에 '원래' 기력이 떨어져 잠도 없어지고 따라서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등 모호한 신체 증상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년기 우울증은 가족들이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전과 달리 어르신의 기억력과 기력이 최근에 떨어지고 여기저기 많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신체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증세가 없을 경우엔 우울증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명 중 4~8명이 앓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상당한 노인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980년 3.8%에 불과했지만 2050년 38.2%로 70년간 34%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핵가족화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진데다 은퇴후 경제적으로 자녀에 의존하게 되면서 가족내 노인의 역할 비중이 줄어들게 됐다. 과거와는 달리 점차 소외당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 65세 이상 노인 약 87%가 각종 만성퇴행성 질환을 앓는 등 신체적으로도 취약해 정신건강에 위험요인이 많으나 다른 연령층의 정신건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우울증의 흔한 증상은 우선 잠이 전혀 오지 않고,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깨며, 새벽에 깨서는 다시 잠들지 못한다. 입맛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감소하며 관심이 없어지고 재미나 즐거움도 없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진다. 기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어지럽다고 느끼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해도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건망증이 늘어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기도 하며 생각이나 행동도 느려지고 두뇌 회전도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들거나 혹은 불안하고 초조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때도 있다.
또한 과거가 모두 후회스럽고 현실은 허무하며 장래는 암담하고 모든 것이 절망적이라 더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심해지면 너무 괴로워 죽고 싶단 생각을 자주하며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죄책감이 쉽게 들어 사소한 잘못도 다 내 잘못이라며 자책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직업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진다.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 면담치료 등이 있다. 최근 개발된 약물들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어 많이 사용된다. 우울증 치료 약물들은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없으며 나중에 우울증이 좋아지면 감량해 끊을 수 있는 등 매우 안전하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당사자 노력도 중요하다. 우선 가능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도록 노력하며, 기분을 좋게 하는 활동에 참가한다. 즉 운동·영화·종교·사회활동 등 어떤 것도 좋으나 너무 무리하지 않는다. 물론 즉시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초조해하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데 대부분 부정적 생각은 우울증 증상이고, 우울증이 치료되면 없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