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지금은 20~30곳에 불과, 이곳이 한때 국내 최대의 중고서적시장이었다는 언급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점 대형화의 격랑에다 인터넷서점까지 가세함으로써 초토화된 탓이다. 그럼에도 청계천 헌책방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은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염가의 유아용 도서, 패션잡지, 고서적 등으로 전문화한 것이다.
대형마트 강제휴무제가 시작된 지도 2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갈수록 의무휴업 점포수가 점증하면서 지난 10일에는 대상업체수의 70% 이상이 동시에 휴점,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이나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다.
서울 망원시장상인회 대표의 "최근 방문객이 15% 가량 늘었으나 아직은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는 답변이 시사하는 바 크다. 시장경영연구원만 풍선효과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대형마트 쪽에서는 지각변동의 신호들이 감지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빅3'는 이달 매출손실액이 1천400억~1천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죽상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
관련업계는 금년 매출이 10조원가량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네 빵집, 순대, 떡볶이 등 골목상권까지 싹쓸이 하는 등 게걸스런 식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약국, 안경점, 식당, 옷가게 등의 임대상인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대형점포에 매장을 오픈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반제재를 받아 영업 및 임대료 손실이란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때문이다. 납품업체들도 울상이다. 대기업의 주문축소 물량을 전통시장 공급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는 있으나 물류비 부담증가 내지는 자금회전율이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유통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감소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두달여의 강제휴무로 '빅3'에서만 계산원, 주말 알바, 주차요원 등 '88만원'짜리 일자리수가 3천개나 사라졌다. 살아남은 비정규직도 편치 못하다. 일감 축소로 시급(時給)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이다. 노동강도 또한 커져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매출 축소를 이유로 직원수를 늘리지 않아 업무량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에 엉뚱한(?) 이들만 횡재했다. 지난 주말 서울 창동의 하나로마트 매장 내의 계산대마다 손님들이 수십 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 51%' 이상인 대형마트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결과이다. 쇼핑몰로 등록된 대형점과 백화점도 주말특수를 누렸다. G마켓, 옥션, 11번가, 롯데닷컴 등 오픈마켓은 또 다른 수혜자였다.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시행된 이후 신선식품 등의 온라인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반쪽정책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가장 타격을 받은 측은 소비자들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었으니 말이다. 심야 및 주말쇼핑 규제에 맞벌이부부들은 분통이 터진다. 장보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점증하는 느낌이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에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명품소비까지 위축되는 실정인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 어찌되겠는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영세상인 살리기 정책은 크게 잘못되었다. 초가삼간까지 태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은 유통대기업 옥죄기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나 만시지탄이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안전판의 사전강구가 전제되었어야 했음에도 역대정부는 대물 키우기에만 올인했던 것이다.
전통시장을 대체제로 인식하는 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니치마켓에 주력한 청계천 헌책방들의 생존전략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