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그녀는 일본의 우익단체 지도자들과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만행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초를 겪은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거센 분노를 샀다. 인권운동가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레비아가 수백만명을 전장으로 내몰아 목숨을 빼앗은 도조 히데키 등 1급 전범들을 찬양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앞에서는 평화와 인권을 내세우고 뒤에서는 폭력과 전쟁을 신봉하는 이중잣대에 의한 가치관을 지녔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레비아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5세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가 28세에 이혼한 후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무역회사, 백화점을 설립하는 등 한때 중국 갑부 순위 7위를 오를 정도로 부를 축적하고 1992년에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뽑히는 등 줄곧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반체제 인사인 두번째 남편 시딕 로우지와 이혼한 후 내리막길로 접어든 그녀는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죄목으로 투옥되었으나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미국으로 망명, 본격적으로 인권활동을 시작해 2004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로부터 올해의 인권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갑부로, 정치지도자에서 인권운동가로 변신을 거듭하며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레비아는 비폭력 평화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무력투쟁을 모토로 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의 존재를 부인하고 평화적인 투쟁을 주창해 200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나치 히틀러, 파시스트 무솔리니와 함께 인류사에 전무후무할 만큼 큰 죄를 남긴 도조 히데키를 찬양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인류가 지향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절차 또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시켜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녀에게 만약 비폭력 평화주의자로서 또한 인권운동가로서 하늘을 우러러 진정 한점의 부끄러움이 없다해도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 만큼은 피해당사자인 아시아인들 앞에 무릎꿇고 사과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다. 또한 한국의 영토로서 엄연히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마냥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끝없는 영토야욕에 대해서도 그녀의 의견을 꼭 한번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