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수인선', 그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
수인선은 17년 만에 재시동을 건다는 것 외에 새로운 역이 생기고 역 주변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것이란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흔히 '역세권'이라 부르는 공간은 일반적으로 해당 역 반경 540m를 일컫는다. 역세권은 역을 가까이 두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에서 접근성 상승-유동 인구 증가-상권 활성화-살기 좋은 환경 조성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수인선의 부활로 인천은 소래포구, 논현, 호구포, 남동인더스파크, 원인재, 연수, 송도 등 7개 역세권을 얻었다.
원인재역을 제외한 곳은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이며, 위치에 따라 관광, 교통, 부동산, 상권, 산업, 주거 편의 등 각기 다른 특징의 역세권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교통편의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역세권 개발에는 실패한 인천지하철 1호선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는 인천시가 비교적 개발 여건이 좋은 수인선 역세권에 공력을 들이며 기대 이상의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더불어 인천 상권의 중심, 경제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인천역, 동인천역, 주안역, 부평역 등의 역세권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이라 수인선은 '역세권 개발의 새로운 활력'으로 이목을 받고 있다.

소래포구역은 수인선 역 중 가장 '역사' 함량이 높은 곳이다.
인천, 소래에서 생선과 새우젓을 구해 수원으로 장사를 떠나는 어머니들이 수인선을 이용한 영향으로 자연스레 소래어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소래포구는 인천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수인선이 지나다녔던 소래철교는 관광명소로 이름을 떨쳤다. 남동구는 소래포구 인근에 열차 전시, 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관광 활성화에 관심을 쏟았다. 이 중 소래어시장은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 푸짐한 해산물을 내놓는 공간으로 유명세를 타며 현재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권으로 꼽히고 있다.
소래포구역은 소래포구와 주변이 관광지로 거듭나길 바라는 상인, 지자체, 관광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상인 이상훈(48)씨는 "소래포구역을 이용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린벨트 해제 명분이 서고, 재정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너무나 기다렸던 수인선 개통이 이뤄져 기쁘다"고 했다.
소래포구와 인접한 논현역과 호구포역은 새로운 상권 형성, 부동산 가치 상승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택지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논현역 주변은 일찌감치 역세권 개발에 관심을 뒀다. 논현역과 인근 호구포역 주변에 1인 직장인 가구, 맞벌이 신혼부부를 겨냥한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인선 개통 일자 확정과 함께 논현역과 호구포역 주변 부동산 값은 일제히 상승해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논현 부동산 관계자는 "연말까지 최소 10~15% 집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전세는 동이 났고, 비어 있던 상가도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동인더스파크역은 다른 역에 비해 '교통편의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스, 전철 등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노선이 턱없이 부족했던 남동공단 중심에 들어선 남동인터스파크역은 인천종합비즈니스센터, 인천상공회의소, 한국산업단지공단경인지역본부, 공구상가 등과 인접해 근로자들의 출·퇴근뿐 아니라 기업인들의 해당 기관 이용 편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직장인, 기업인을 위한 휴식공간, 편의시설 확충으로 역세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근 근린공원과 연계하는 방안도 세워지고 있다.
이미 주거지역이 형성된 원인재역과 연수역, 송도역 역세권의 의미는 이와는 또 다르다.
시는 원인재와 연수 역세권 개발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총 사업비 4천140억원은 민간자본 유치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들 역세권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덮개공원 조성에 있다. 시는 덮개공원으로 철도로 인한 남북 단절과 소음, 분진, 진동 등에 대한 민원을 해소할 생각이다.
세부 계획에 따르면 연수역은 사람을 모으는 기능을 갖춘 경제활성화 포인트로 활용된다. 특히 보육공간, 독서실, 문화시설 등 공공 커뮤니티 시설 도입이 눈길을 끈다. 원인재역은 인천지하철 1호선과 서울지하철 4호선을 잇는 '복합환승허브'로 만들어진다. 이는 두 역 인근 주민들의 삶과 역세권 활성화를 하나로 이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발 빠른 사업가들은 연수역을 필두로 시장성을 중시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을 진출시키며 역세권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 나가고 있다.

이외 송도역은 옥골도시개발사업과 맞물려 사람, 자연, 교통을 하나로 아우르는 콘셉트로 역세권 개발을 준비중이다. 또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시립박물관, 능허대공원 등 공공시설과 송도역이 어우러지게 해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에 기대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역세권 개발을 위한 민자 유치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기존 상권과 어떻게 어울릴 것이냐 하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 연수역과 원인재역의 경우 역 간격이 짧아 그 사이에 위치한 상권은 서서히 죽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수역 인근 W 헤어 모상현(45) 대표는 "두 역이 가까워 유동 인구 분산 효과가 클 것으로 보며, 역세권 활성화 영향이 어디까지 닿을지는 개통 후 3~4달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희망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