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시끌벅적했던 대학의 낭만을 뒤로 하고, 과제 중간고사 기말시험을 치르다 보니 4개월간의 16주가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신입생들은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후딱 지나가 버린 한 학기가 아쉽다 못해 허전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경쟁심을 부추기는 상대평가이다 보니 학점을 후하게(?) 주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지만 40명에 가까운 수강 학생 가운데 성적에 이의를 제기한 학생은 두 명에 불과했다. 이메일을 통해 조목조목 답해 주고 또 위로했다. 이에 수긍하는 학생들에게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지난 한 학기 공과대학 학생들의 '글쓰기' 수업을 맡았었다. 강의 첫날 독서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필수적이라는 말과 함께 그 중에서도 책을 많이 읽자고 했다. 책과 벗하는 것은 비단 글쓰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당연히 책 속에 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서를 너무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 달에 한 권 남짓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 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일은 곧 국민의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에는 책을 많이 읽은 경우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졸이 최종 학력이다. 국회의원 시절 원고 없이 6시간 이상을 연설했다. 세계 권위의 대학에서 받은 명예박사 학위만 20개다. 책을 많이 읽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책읽는 습관'이라고 했다. 기업형 카페 '민들레 영토'의 창업자 지승룡씨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 모두 어려움을 겪던 시절 2천~3천권의 독서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처럼 독서의 힘은 놀랍다. 시카고대학에서 시행하는 '시카고 플랜'을 보면 더욱 놀랍다. 1892년 존 록펠러가 세운 미국의 사립 종합대학교이지만 그저 그런 삼류대학이었다. 1929년 로버트 허친스 총장이 부임했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인 서양, 동양의 철학 고전을 비롯한 각종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학습하게 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질문, 사물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 등 입체적이고,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인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1929년을 기점으로 하여 지금까지 시카고대학교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를 무려 80명 가까이 배출했다.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도 다름 아닌 독서광들이다. 4년간 졸업할 때까지 학생들의 평균 독서량은 800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이라는 대학들의 평균 독서량은 불과 20여권이란다. 학점관리와 취업에 얽매이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시카고 플랜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에게 지난해부터 필독서를 지정해 주고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졸업논문 제출 자격에 필독서 시험통과 여부를 반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기나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학생들에게 책 읽기에 몰입해 볼 것을 권장한다. 독서를 통해 상상력을 길러 보자. 다양화 다변화된 사회에서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해 보자. 책 읽기를 생활화하여 교양을 쌓고 상식을 겸비하는 것이 취업준비의 지름길이자 미래를 살찌우는 첩경이다.
여름방학과 독서
책읽기의 생활화 교양·상식 쌓기
취업 준비·미래 살찌우는 지름길
입력 2012-07-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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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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