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경제자유구역(송도·영종·청라) 민원업무 이관(경인일보 9월 18일자 7면 보도)에 속도를 내자 관할 지자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내년에 들어갈 예산만 수백억에 달하는 데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청은 폐기물관리, 하수도관리, 도로관리, 공원관리, 옥외광고물관리 등 5가지 민원업무를 지자체에 이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업무는 원래 시에서 하도록 돼 있지만 이 5가지 업무는 조례 개정으로 구에 이관할 수 있다. 인천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지자체가 세금만 거둬갈 뿐 업무를 하지 않는다며 내년부터 업무이관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반발이 심한 곳은 중구다. 중구는 인천경제청 업무가 이관될 경우, 매년 268억원의 예산과 137명(정규직 45명, 기타 92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경제청의 논리와 달리 중구가 경제자유구역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연간 40억원 정도밖에 안돼 재정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구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업무이관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치구'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중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인해 300억원이 넘는 세수가 증가했다고 하는데 영종도는 사실 경제자유구역사업이 아닌 공항이나 항공사 세수가 대부분"이라며 "경제자유구역에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간다면 자치구 사업은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청라국제도시를 끼고 있는 서구도 이제 막 계산기를 두드려 보기 시작했다. 서구는 경제청 업무 이관으로 소요되는 예산이 174억7천만원, 인력은 208명(정규직 38명, 기타 17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구가 올해 청라에서 거둬들인 세수는 290억원으로 소요예산보다는 110억원가량 많지만, 구의 입장은 다르다.

서구 관계자는 "청라 주민에게 돌아가는 무상교육비, 복지예산, 자체 사업비 등을 합치면 청라 세입은 고스란히 주민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경제자유구역사업이 시작된 연수구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여유로운 편이지만 업무이관 논의가 연말에 진행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가 마무리돼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업무가 이관되면 내년도 예산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편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연수구는 업무이관으로 248억원의 예산과 272명(정규직 55명, 기타 217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연수구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청이 이 문제(업무이관)를 논의한다고 해서 갔더니 후순위사업이라고 했다"며 "그 뒤로 논의가 없다가 내년에 당장 쓸 돈이 없으니까 업무이관을 하겠다고 나온 것을 보면 급하게 추진하는 듯한 인상이 든다"고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그동안 비공식적 협의에서 각 지자체가 인력·예산지원 없이는 못하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놔둘 수는 없어 속도를 갖고 진행하게 됐다"며 "시기조정이나 예산·인력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