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전 11시30분께
정부과천청사 앞 별양동 중심상가.
점심시간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인적이 거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삼삼오오 무리지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찼을 음식점 내부는
마치 휴일 점심 때처럼 텅 비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적이 끊긴 식당과 길거리는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돌았다.
휑한 바람이 불어대는 상가지역에는
임시휴점을 알리는 입간판이 문을 닫아건
상가 앞에 버젓이 세워져 있다.
인근 식당가 점심시간에도 '썰렁'
매출 급락 대책 없을땐 상권 몰락
부동산경기도 악화일로 못벗어나

같은 시각, 제2의 과천 중심상권인 중앙동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이곳을 이용하려는 청사 직원과 민원인의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곤 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눈길을 피해 잰걸음으로 신호등을 건너는 시민들과 상가 배달차량 등만이 도로를 점유해 한산하기 그지없다. 중앙동에서 23년째 설렁탕집을 운영중인 최모(56)씨는 "예년 이맘때는 신년회식 예약 손님으로 일반손님은 받지 못했으나 올해는 예약은 고사하고 일반손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별양동에서 20년 넘게 복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9)씨도 "최근 정부청사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갈수록 하락해 인근 상가에 분점을 내려던 계획도 포기했다"며 "이렇게 매출이 하락하다가는 종업원들 뿐만 아니라 임차료도 내지 못할 지경"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제2의 강남으로 불리던 과천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 다수의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을 하거나 이전을 앞두면서 하루평균 4천~5천여명(한국음식업중앙회 과천지부 조사)에 달하던 '단골손님'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982년 정부 부처가 과천에 둥지를 틀면서 별양동과 중앙동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과천 상권이 3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과천시와 과천상가연합회 등에 따르면 과천 상권의 주축인 음식점은 총 500여곳으로 이 중 별양동과 중앙동에만 전체 78%에 달하는 390여곳의 음식점이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들 음식점 중 9%인 30여곳은 현재 휴·폐업된 상태이며, 100여곳은 과천을 떠나 세종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청사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매출하락을 겪고 있는 일부 상가들은 영업을 포기한 채 세종시로 이전할 상가 부지를 찾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최근 진행한 청사 이전에 따른 피해 설문조사에서 경영유지비가 부족하거나 마땅한 대체부지를 찾지 못한 일부 상인들의 경우에는 폐업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청사 기존 부처의 이전과 신규 기관의 입주까지 발생할 1년여간의 공백기다. 통상 지역 상권은 2~3개월만 공백기가 발생해도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적자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동에서 우렁 쌈밥집을 운영중인 김모(53·여)씨는 "과천 상권의 경우 대부분이 청사 직원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공백기가 한 달이라도 발생한다면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상인은 거의 없다"고 했다.
연합회 관계자도 "최근 공백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예상된 피해를 파악키 위해 별양동과 중앙동 상가 5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사대상 79.2%(396점포)가 '매출이 20% 이상 하락하고, 공백기 1년 이상 지속시에는 지역 상권은 사실상 몰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공백기가 장기화되면 지역상권 붕괴를 넘어 지역경제에까지 엄청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상권 붕괴뿐 아니라 아파트가격이 곤두박질을 치는 등 과천지역의 부동산 경기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공인중개사 대표 조모(58)씨는 "부동산 거래가 끊긴 지 이미 오래"라며 "청사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떨어지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 했다.
과천/이석철·김종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