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지 한달째로 접어든 지난 7일 낮 12시. 청사 주변은 겉으로 보기에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기위해 청사를 빠져 나오는 직원들의 수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느때 같으면 삼삼오오 모여 한낮의 여가를 즐기며 북적거리던 계단이 한산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17면
근무환경 많이 변해 어수선
앞으로도 4천여명 짐꾸려야
일주일에 3~4번 세종시 출장
업무 비효율성에 '불만 가득'
과천청사에 남은 공무원들은 이처럼 변해버린 근무여건과 언제 떠나야할지 모른다는 압박감 등으로 엄동설한에 때 아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던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5개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다. 이와 함께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도 올 연말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 이전 인원만 현재까지 총 5천여명에 달하며, 앞으로도 4천여명이 과천을 떠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 취지로 정부과천청사 이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청사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한 환경과 업무의 비효율성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국무회의 및 차관회의 등 여러 부처가 참석하는 주요 회의들의 경우 그나마 현재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불편함이 덜하지만 일선 회의를 진행하는 국·과장들의 경우에는 타 부처와의 업무 연관성 등으로 수시로 세종행 교통편에 몸을 싣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때 받아야 할 결재를 놓치거나 단시간에 받을 수 있는 결재도 최소 하루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타 부처와 협의를 통해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일주일에 서너번씩 세종시에 출장을 다녀오고 있다"며 "과천청사에서 하루면 처리할 업무도 잦은 출장으로 인해 2~3일씩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전을 앞둔 공무원들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주거지를 마련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생각하느라 업무에 전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현재 몸은 과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생각은 온통 세종시에 가 있다 보니 업무가 도통 손에 잡히질 않는다"며 "올 연말까지 세종에다 주거지도 마련하고 자녀 학교도 알아봐야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전에 따른 불만과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그들도 그들이지만, 그들의 이전을 바라만 봐야 하는 지역 상권은 말그대로 망연자실이다. 가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상인은 "그동안 어렵다 어렵다 해도 그럭저럭 먹고사는 걱정은 안했는데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무엇을 위한 지역균형발전인지 참 답답할 따름"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과천/이석철·김종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