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없이 모험 누렸던 12살 소년의 성장담
제39회 경기학술문예 소설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나인이 성장소설 '꼬마 철학자의 유소년기'를 펴냈다. '성장소설'이라는 꼬리표에 걸맞게 12살 소년들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작품의 배경은 우리나라에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던 1982년 즈음이다. 소설은 '민주화'라는 이데올로기와 '개발'이라는 성장담론속에서 한 시대를 목격하고 견뎌온 지난했던 과정을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며 줄거리를 풀어간다.
1인칭 소년의 전지적 시점으로 된 이 소설은 '악마'라는 축을 중심으로 소년의 꿈, 가족들의 실상, 친구의 죽음, 거북괴물, 마귀할멈, 도둑고양이의 진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 그리고 삼촌 등의 이야기로 각 장을 구성하고 있다. 각 장에는 소년들이 등장해 모험으로 점철된 진실과 허구의 공간을 넘나든다.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유인소는 '괴물', '악마', '마녀'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에대해 해설을 쓴 권성훈 교수(고려대)는 "김나인은 현실 속의 욕망을 괴물로 발현하여 현실 체계의 폭력성에 대항하는 환상으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다시 오지 않을 소년기와 그 소년기에 철없이 누렸던 모험과 우리들만의 언어가 이제는 낯설고, 나 자신이 그러한 것들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절제하고 있다"면서 "박제화 된 삶을 살면서 유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년기의 단어는 열정적인 꿈"이라고 성장소설 집필의 배경을 전했다.

후대가 영원히 기리는 '불천위' 51인의 삶
우리나라에서는 조상이 별세했을 경우, 그 후손들이 4대 봉사(奉祀)를 끝낸 뒤에 죽은 조상을 대신하는 신위를 묻어 없애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학덕, 공적 등이 뛰어나 그 삶이 후세인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인 경우에는 국가 또는 유림에서 4대 봉사 이후에도 후손이나 후학들이 영원히 제사를 모시며 기리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불천위(不遷位)'라고 한다.
조선의 문신들과 선비들은 살아서는 대제학을 지내고, 죽어서는 불천위에 오르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삼았다. 불천위는 보통 한 종가의 시조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불천위는 모두가 본받을 만한, 훌륭한 삶을 산 인물이다.
'조선의 선비들, 인문학을 말하다'는 조선의 불천위 인물 중 대구·경북의 불천위 51인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이들의 삶과 사상, 업적 등을 흥미로운 일화와 함께 담아냈다. 불천위 인물의 삶을 이처럼 종합적으로 다루고 조명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은 24년 동안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는 영남일보 김봉규 논설위원이 썼다. 김 논설위원은 그동안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한국사의 인물들을 통해 인문학 공부법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소개한 불천위 51인들의 발자취를 통해 '사람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 지식인의 주류 사상을 정립하는데 초석을 놓은 김종직,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강직한 삶으로 선비의 사표가 된 김일손, 일흔 살에 전장에 나아가 전사한 최진립, 임금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은 김성일, 녹봉까지 털어 백성을 구휼한 김양진 등은 하나같이 좀 더 나은 사회와 정의를 위해 사심없이 몸을 던진 이들이다.
저자는 불천위 인물들의 삶과 함께 유교문화의 산물인 불천위 제도와 문화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불천위의 의미와 종류, 역사를 비롯해 불천위 신주(神主)와 신주를 넣어두는 감실, 신주와 감실을 봉안하는 불천위 종가의 사당 등을 소개하고, 안동의 대표적 불천위 종가인 김성일과 류성룡 종가의 불천위 제사 참관기도 담았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