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를 가리켜 일신동체(一身同體), 이신동심(二身同心)이라 하고 '살아선 같은 방을 쓰고(生時同室) 죽으면 같은 무덤에 든다(死後同穴→詩經엔 死則同穴)' '함께 늙어 같은 무덤에 묻힌다(偕老同穴)'고 한다. 화장해 뿌리면야 다르지만…. 아무튼 신뢰하는 부부의 표상이라면 성경 속의 요셉과 마리아, 이상적인 부부상은 백낙천(白樂天)의 시 '하늘을 나는 새가 되려거든 비익조가 되고(在天願作比翼鳥) 땅의 나무가 되려거든 연리지가 되라(在地願爲連理枝)'가 대표적이다. 그걸 줄여 비익조, 연리지라 하지만 비익조란 암컷 수컷이 각각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고 연리지는 두 가지가 정답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다. 또한 원앙과 금슬(거문고와 비파)도 부부애의 대표적 용어다. 중국에선 瑟(슬)도 '큰 거문고 슬'자라 하고 부부 사이가 좋다는 뜻의 '옌하오(燕好)'라는 말로 미뤄 제비 또한 부부애의 상징 새인 모양이다.

하지만 부권(婦權)이 미약, 부실했던 부권(夫權) 권위시대엔 용어부터 편파적, 불합리하게 달랐다. '지아비 부(夫)'자부터 하늘(天)을 뚫고 올라간 글자 모양이고 그래서 아내가 남편을 일러 하늘―소천(所天)이라고 했다. '지어미 부(婦)'자는 '청소하는 여자' 형상이고 '부인(夫人)'이란 말도 '지아비 사람'이란 뜻이다.

따라서 지아비가 노래를 부르면 지어미는 따라 부른다는 게 '부창부수(夫唱婦隨)'고 출가하면 남편을 따르는 게 삼종지덕(三從之德) 중 하나였다. 일본에선 부부(메오토)용 찻잔과 밥공기부터 크기가 다르다. 요즘이야 부부평등 동권시대로 이런 불평등 용어부터 개정, 정비해야 할 듯싶다.

가정의 달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의 오늘(21일)이 부부의 날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 시인 오르페우스(Orpheus)처럼 죽어 명부에 간 아내를 데려오려 애쓸 정도로 세상 끝까지 아내를 사랑하긴 어렵고 남편에게 간과 콩팥을 떼어주다 못해 저승길까지 따라 나서는 아내의 사랑 또한 드물다. 중요한 건 부부가 서로 지극정성 사랑하고 존중하되 일신동체로 절반에 불과한 자신을 늘 양보, 화합하되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는(和而不同)거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