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위에 의견서 보내 재분류심사 요청
"표현과 논쟁 자유로워야 문화 선진국"
김기덕(사진) 감독이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직계간 성관계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린 '뫼비우스'에 대해 "연출자로서 불가피한 표현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최근 영등위에 보낸 데 이어 재분류 심사를 요청했다.
김 감독은 의견서에서 영화를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져 쾌락과 욕망을 포기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영등위가 지적한 직계간 성관계의 경우 모자간 성관계가 아니라 부모의 성관계 의미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물리적으로 아들의 몸을 빌리지만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다"면서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의 권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일반 성인 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또 "칸 마켓 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해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보다 대한민국 성인의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뫼비우스'는 칸 필름마켓에서 비밀리에 가진 미완성 편집본 상영 한 차례만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여러 지역에 선판매가 되는 등 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화제작이다.
김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있는 영화로 많은 마니아를 가지고 있다"면서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쉬쉬하는 인간의 문제를 고름이 가득 차기 전에 자유로운 표현과 논쟁을 통해 시원하게 고름을 짜 내고 새로운 의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제한상영관은 없어서 현 상태에서 내려지는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상영 불가'와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