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년월일 순서대로 세상에 오듯이 하늘나라로 떠나는 '사년월일(死年月日)'도 생년월일 순서대로 순번이 정해진다면 얼마나 공평할까. 하지만 뒤죽박죽 순서의 정도가 너무나 심하다. 어린 생명들이 왜 부모와 조부모를 앞질러 승천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스도는 승천해 하나님 오른편에 고이 앉으셨다지만(벧엘 3:22), 저주스럽기 그지없고 어처구니없기로 비할 데가 없는 저 침몰 '세월'호로부터 승천한 어린 생명들은 하나님 곁 어느 쪽에 모여 앉을 거란 말인가. 덴마크의 종교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케에르케고르(Kierkegaard)는 인간의 삶을 가리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죽음을 향한 초침은 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죽음, 예고 없는 죽음, 그마저도 어린 나이의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다.
겉보기엔 멀쩡한 고목이 오랜 세월 썩어 훤하게 내리 구멍이 뚫리면서 속이 텅 빈 상태를 '구새 먹었다'고 한다. 승천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주검들, 그 부모의 가슴이야말로 '참척'의 슬픔으로 인해 모두들 뻥 뚫렸을 것이다. 그런 가슴들이 어서어서 주변의 따듯한 위로와 사랑, 용기와 극기(克己) 정신으로 가득 메워지기를 기원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