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원 기준은 대학별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가산점이다. 2017년까지 10% 이상 감축시 5점, 7~10% 미만 4점, 4~7% 미만 3점을 반영하는데, 이같은 정원 감축이 사업단 선정의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재정이 어려운 대부분의 지방 대학은 이 사업에 목을 매달 수 밖에 없다. 대학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 인원만 평가하여 일률적으로 정원 감축만 유도하는 사업이 되고있는 것이다. 이 평가제도는 대학에서 취업률이 낮은 예술계열 학과를 통합 또는 폐과하는 사태마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술분야 학과의 평가 기준으로 취업률을 삼는 것은 예술분야의 직업 특성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 관련 졸업생들은 상당수가 자유직업인 예술가로 활동하며, 설사 취업을 한다해도 4대보험을 납부해줄 수 있는 규모의 직장은 예술분야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술학과 학생들의 취업률을 대학 평가에 반영해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육부는 2011년 9월 학자금 대출 및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하는데 취업률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았고, 예체능 관련학과 비중이 높은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게 돼 반발을 부른 적이 있었다.
대학 특성화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는 그뿐 아니다. 현행 평가지표 가운데 대학의 시스템 개혁 분야에는 학과 통폐합이 포함되어 있으며, 대학 거버넌스 및 인사행정제도 혁신 분야에는 국립대학의 총장직선제 관련 규정을 폐지하지 않을 경우 각종 지원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초등학교 반장도 직선제로 뽑는데 대학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해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라는 발목을 잡고 대학 운영 구조를 정부의 입맛에 맞게 바꾸려 한다는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미래사회는 융합형 창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창의성과 상상력의 중요한 토대는 문화예술이다. 문화예술 역량은 창조화사회의 기반이기 때문에 지금은 문화예술발전에 투자를 늘리고 특히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양적 확대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특히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서 문화예술 전문 인력의 양성이 절실한 실정이며, 그 역할을 대학이 맡을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 대학교육 현장에서는 인문예술관련 학과의 통폐합이라는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한국의 문화 경쟁력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취업률 중심의 대학 평가 정책을 철회하고 대학이 본연의 창의 인재 양성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지원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할 것이며, 부작용을 낳고 있는 대학특성화사업의 추진 방향은 시급히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대학 평가제도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문화융성과 모순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자가당착의 우를 범하고 있다. 한편 대학도 교육부의 평가 기준에 맞춘 획일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인 인재 양성을 목표로 대학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