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3일]한 그릇의 쌀밥, 김제 전포마을 72시간 /KBS

10일 밤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3일)에서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 호남평야 김제 전포마을에서 만난 대한민국 농부들의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동서로 30km, 남북으로 60km. 호남평야는 전라북도 면적의 3분의 1, 서울시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이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은 도시민들에게는 한 폭의 영화처럼 넓고 아름답지만 그늘 한 점 없는 허허벌판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는 고된 삶의 전쟁터다.

그 들판에서 삼복더위와 북풍한설의 혹독한 자연조건을 견뎌온 작물은 벼가 유일했다.

호남평야 중에서도 동진강 유역의 김제평야에 속한 전포마을은 35가구도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농지면적 40만 평, 한 해 쌀 생산량 1,500톤이 넘는 대표적인 쌀농사 지대로 쌀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다.

전포마을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열사병에 걸리기 쉬운 한낮을 피해, 이른 새벽과, 선선한 오후에 주로 들일을 한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행여나 벼에 피해가 있을까, 논을 둘러보는 농부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 넓은 논을 아침 저녁으로 수 차례씩 들락거리며 세세히 돌보는 어르신들. 그냥 보기엔 논밭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지만, 그 누구보다 꼼꼼하게 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벼의 색, 크기, 모양을 통해 건강상태나 어느 정도 자라있는지를 한 눈에 꿰뚫어보는 농부들. 평생 농사일을 해온 분들의 노하우다.

전포마을의 전체 경작지는 총 42만평. 매번 벼농사만을 지어왔던 이 땅에, 작년, 처음으로 2만평의 경지에 밭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몇 십년 째 제자리를 맴도는 쌀 값에 몇몇 농민들이 수지가 맞지 않는 벼농사를 피해, 좀 더 수익이 나는 작물을 심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귀농한지 3년차인 박주환씨도 논에 심은 벼를 밭작물로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다. 축산 농가를 겸하고 있는 김용교씨는 몇 년 전 쇠고기 개방에 이은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쌀값 위기를 겪어야 했다.


농부 박금순(48)씨는 "벼들은 진짜 묵묵히 이 뜨거운 날, 폭우의 바람 등을 견디면서 열심히 본인 일을 묵묵히 해냈는데, 우리 사람이 벼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아쉬운 속내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쌀농사를 아예 놓아 버릴 생각이 없다. 그들에게 쌀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소중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지친 하루의 끝에 따뜻한 쌀밥 한 그릇을 내놓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한여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뙤약볕 사투를 벌이고 있는 김제 전포마을 농부들의 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