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에 내린 시간당최고 110∼130㎜의 기록적인 국지성 폭우로 4명이 숨지고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날 오후 1시께부터 굵어져 금정산을 낀 지역과 기장지역을 중심으로 '물폭탄'을 퍼부었다. 비는 오후 5시께 무렵 그쳤지만 금정구에는 242㎜, 북구에는 222㎜가 쏟아졌다.

불과 3∼4시간 만에 2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나고 도시철도와 일반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도심 간선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한때 도시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 부산에 집중호우가 내린 25일 북구 만덕동의 하천이 급류로 변한 가운데 학생들이 토사로 뒤덮인 다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 15분께 부산시 동래구 우장춘로의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물에 고립돼 두 명이 사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지하차도 안 침수된 차량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경찰은 금정산 주변에 집중적으로 내린 빗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들어 이들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날 오후 4시께 부산시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옆 경사진 길을 건너던 남모(60·여)씨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다가 차량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경사진 길에 주차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넘어져 있는 남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후 4시 30분께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에서는 여성 3명이 탄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려 1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2명은 탈출했지만 조수석에 탔던 홍모(53·여)씨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 25일 오후 2시 22분께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더미로 붕괴된 부산시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현장을 중장비가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2시 22분께 부산시 북구 구포동에 있는 한 아파트 경로당이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수백 t의 흙더미에 깔려 붕괴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경로당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주민의 진술로 미뤄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근 빌라 주민 20여명은 산사태를 우려한 공무원이 미리 대피시킨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간 부산∼울산 고속도로 장안나들목 인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부산방면 2개 차로가 통제됐다. 북구 구포3동에 있는 빌라 뒷산 토사가 무너져 주민 15명이 인근 학교로 대피하기도 했다.

학교 건물 1층까지 침수되면서 옥상으로 대피했던 북구 구포1동 양덕여중 학생 400여명은 오후 5시께 물이 빠지면서 안전하게 귀가했다.
 
이날 오후 2시 22분께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의 선로가 침수돼 부산대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비슷한 시각 북구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의 선로가 30∼40㎝가량 잠겨 구명역부터 금곡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도 중단됐다.

오후 4시 12분께는 석대천에서 넘쳐흐른 빗물이 금사역으로 흘러들면서 도시철도 4호선 전 구간이 운행중단됐다. 1호선 열차 운행은 오후 5시 50분부터, 4호선은 오후 7시 55분부터 정상화됐지만 금사역은 무정차통과 했다.

국철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오후 2시 30분께 기장군 기장역에서 월래역 사이 동해남부선 철로가 침수되면서 자갈과 토사 일부가 유실됐다. 이 때문에 기장역에서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까지 열차 운행이 멈췄다. 운행 중단 구간은 오후7시부터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확대됐다. 
 
▲ 25일 집중호우로 부산 북구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이 침수돼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부산 시내 간선도로 등 11곳이 침수, 차량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정구 온천천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온천천 세병교 하부도로, 연안교 하부도로를 비롯한 온천천변 도로 곳곳의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낙동강 수위도 급상승해 북구 삼락생태공원 진·출입로, 강서구 화명생태공원과 북구민운동장 간 도로 등 낙동강변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또 남해고속도로의 만덕교차로에서 덕천나들목까지 2.4㎞가 침수돼 차량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도시고속도로인 번영로의 오륜터널에서 회동나들목 구간도 전면 통제됐다.

떠힌 내성과 동래·금정·우장춘 지하차도, 중앙대로 교대교차로, 가야대로 학장교차로, 정관산업로 등 주요 간선도로도 침수돼 부산 전역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차량이 절반 이상 잠기자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기도 했다.

운행이 중단된 도시철도 일부 승객들도 침수된 도로를 걸어서 귀가했다. 도로 대부분에서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25일 부산지역에 시간당 최고 130㎜의 비가 내리면서 동래구의 한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