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시상식에서 금메달리스트 이라진(인천 중구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펜싱 사브르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이라진(24·인천 중구청)은 늘 '2인자'였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김지연(26·익산시청)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였기 때문이다.

이라진은 2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김지연을 15-11로 꺾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이라진은 경기 초반부터 학교(재송여중·부산디자인고) 선배이자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지연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아시아에 알렸다.

이라진은 4년 전인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의 주역이었지만 늘 관심 밖의 선수였다.

그해 열린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단체 2위에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는 이 대회 단체 1위를 차지하는데 기여했지만 '단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선배' 김지연이 금메달을 따며 스타로 떠오른 런던 올림픽에선 개인 32강 탈락의 고배도 마셨다.
또 2013년 상하이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결승에선 김지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생애 첫 개인전 1위의 꿈을 뒤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이라진은 이번 만큼은 눈빛이 달랐다.

김지연과의 결승에서 경기 막판 13-6까지 리드하다가 김지연에게 내리 4점을 내주며 고비를 맞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실력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라진은 "초조했다. 지연 언니 실력이 워낙 좋아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지연 언니가 준결승에서 체력이 많이 소진돼 힘든 것처럼 보였고, 이번 만큼은 이기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라진은 오는 23일 열리는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다시 출격한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