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초청 전지훈련 '기량 향상'
조국에 대회 첫 메달의 기쁨
인천시는 아시아 스포츠의 균형 발전을 위해 2007년부터 '비전 2014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타지키스탄 등 스포츠 약소국으로 평가되는 아시아 30개국을 지원해 왔다.
2천만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로 태권도, 양궁, 복싱 등 12개 종목 758명이 전지훈련, 경기 장비 등의 혜택을 입었다. 한국 지도자들도 아시아 각 국가로 파견됐다. 비전 프로그램의 목표는 인천아시안게임의 모든 참가국이 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는 비전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21개국 10개 종목 97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들의 꿈이 기적 같이 이뤄지는 순간은 인천아시안게임 개막과 동시에 시작됐다. 경인일보는 대회 기간 내내 그 꿈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함께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오후 인천 동구 도원체육관. 투르크메니스탄의 굴바담 바바무라토바(사진·Babamuratova Gulbadam·23·세계 랭킹 48위) 선수가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유도 52㎏급 결승전에 나섰다. 상대는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나카무라 미사토(中村美里·25·세계 랭킹 24위) 선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초반부터 굴바담 선수의 옷깃을 잡으려는 나카무라의 공세가 매서웠다. 방어적인 경기 운영을 하던 굴바담은 역습 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경기 시각 1분 40초, 나카무라가 왼 다리로 굴바담의 오른 다리를 후려 넘어뜨리는 '모두걸기'로 순식간에 한판승을 따냈다.
경기 후 굴바담은 "경험이 많은 나카무라가 빈 틈을 허용치 않았고, 무리하게 역습을 하려다 당했다"며 "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도 굴바담이 결승에 오를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9위에 그친 그는 월드 챔피언십, 그랜드슬램 등 국제 대회에서 줄곧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가장 좋은 성적이 올해 그랜드슬램에서 달성한 5위였다.
굴바담은 동료 선수 2명과 2012년 6월 인천시 초청으로 인천에서 한 달간 전지훈련을 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여자 유도 선수들은 인천시체육회와 인천 동구청 소속 선수들을 훈련 파트너로 삼고 강도 높은 훈련을 벌였다. 그는 "한국 코치와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술들을 배운 것이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하바트(ashgabat) 인근 작은 마을 출신 굴바담은 유도 종목에서 역대 투르크메니스탄 남녀 유도 선수를 통틀어 첫 메달을 조국에 안겼다. 비전 프로그램의 첫 번째 결실이 맺어지는 순간이다.
생중계로 투르크메니스탄의 고향에서 굴바담의 경기를 지켜본 그의 어머니는 경기 직후 가진 통화에서 "마을사람들이 집으로 모여 생중계로 봤다. 장하다 내 딸"이라며 울먹였다고 한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