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F 명예회장으로 발걸음
국제 스포츠대회 많이열어
'평화도시' 중심역할 해주길
한국전쟁 당시 인천 땅을 밟은 참전 군인이 63년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천 땅을 다시 밟았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찾은 돈 포터(Don E. Porter·84) 국제소프트볼연맹(ISF) 명예회장(Honorary President)에게 이번 인천 방문의 의미는 남다르다. 미(美) 육군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해 인천에 상륙한 이후 아시안게임 임원으로 인천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돈 포터 명예회장은 "폐허뿐인 파괴된 도시 인천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지금도 생생한데, 지금 인천은 눈부실 정도로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는 점이 무척 놀랍다"며 "국제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인천의 변화를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행운이다"고 말했다.
포터씨는 1951년 12월 30일 미 육군 일병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해 다음해 5월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인천에서 김포, 춘천 등으로 이동하며 유엔군의 당시 방어선을 지켜내는 것이 임무였다.
그는 "당시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위해 왜 싸워야 하는지 영문도 모르고 참전했지만 매번 한국의 발전상을 볼 때마다 그럴 가치가 있는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인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등을 통해 방한할 기회가 있었다. 포터씨는 대회 조직위가 이번 대회 VIP를 위해 마련한 관광일정을 모두 거절하고 오직 월미도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과 서울 전쟁기념관만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인천이 이번 대회의 슬로건처럼 평화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 스포츠 대회를 많이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 1940~50년대 냉전시대를 돌이켜 보면 뚜렷한 돌파구가 없이 대치하던 시절, 매번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기점으로 세계 여러나라가 모여 힘을 합치며 만나 소통하며 평화의 분위기를 조금씩 만들어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국가가 참여했다는 점도 잘 활용해 인천이 앞장서서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매번 모든 국제 스포츠 대회에 북한의 참석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인천이 스포츠 대회를 열어 그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포터 명예회장은 참전 당시 적국이었던 북한에 간 경험도 있다. 북한에 소프트볼경기장을 짓기위해 평양을 방문했는데 김일성 주석이 사망, 평양에 머물며 조문도 했다.
그는 "예를들어 야구공을 던지고 소프트볼공을 받아 치고 하는 것이 총을 겨누고 사람을 쏘아 죽이는 전쟁보다 훨씬 좋지 않느냐"며 "인천이 국제 스포츠의 중심 역할을 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취재단